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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담쟁이 Oct 18. 2023

지팡이를 짚고 있는 여성들-잉게 뢰크

예술에세이 9


지팡이를 짚고 있는 여성들-잉게 뢰크


두 여인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있잖아! 저번에 만난 그 영감이 어제 저 세상으로 떠났대. 그런데 그가 마지막으로 나에게 남긴 이야기가 뭔지 아나?”

“뭔데?”

“내일 공원에 산책 가자였어. 그런데 그는 오늘 공원에 가기 전에 하늘나라로 여행을 떠났지 뭐야”

그녀들의 이야기에 등골이 서늘하다.

“있잖아!, 여기 지나가는 거미를 내가 쳐서 저기로 데굴데굴 굴러가는 모습이 어찌나 웃기던지 예전에 영감이 방귀 뀌면서 걸어가던 거 기억나나? 그게 갑자기 생각나는 게 아닌가.”

두 할머니의 웃음소리에 공원에 핀 꽃들이 따라 웃는다. 나이가 들어서 얼굴은 주름지고 걷는 모습 또한 뒤뚱뒤뚱 느리고 지팡이에 의지해서 걸을지 모르지만 그들은 한때 미니스커트를 입고 엉덩이를 흔들면서 상제리제 거리를 활보하던 아가씨들이었다. 그녀들이 나이가 들어도 없어지지 않은 건 바로 소녀 같은 웃음소리이다.

깔깔깔, 호호호 웃는 소리에 주변의 공기가 산뜻해진다. 배를 움켜쥐고 웃는 그녀들은 가방도 바닥에 내팽개치고 수다를 떠느라 가던 길을 멈춰 서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그녀들처럼 매일 깔깔 웃으면서 턱이 아파지는 그런 하루들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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