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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담쟁이 Oct 22. 2023

엘리스 닐 지화상

예술에세이 13

엘리스닐_자화상

“ 아 힘들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어디 앉을 곳을 찾는다.

“에구 의자가 저기 있구먼”

흔들리는 다리를 열심히 움직여 소파에 앉는다. 40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에 에라 모르겠다. 모든 옷 던져버리고 붓 하나 들고 그림을 그리다. 잠시 휴식을 취해본다. 배도 나오고 가슴도 처져있지만 허리 만은 꼿꼿하여 자부심을 느껴본다. 내 모습 내가 봐도 근사한데. 그림 한점 남겨볼까? 생각하며 의자에 앉은 내 모습을 거울로 비추어본다.


이 몸은 그냥 만들어진 몸이 아니다. 이 몸으로 70년이 넘는 삶을 살았고 아이도 셋 이상 키웠다. 남편이 벌어다 준 돈 보다 내가 이 붓으로 그린 그림으로 생활을 하며 당당히 살아왔다. 요즘 젊은 얘들이 다이어트를 하겠다며 쫄쫄 굶는다던데 다 헛 짓이지. 어차피 나처럼 쭈굴쭈굴 피부가 될걸 맛난 거 많이 먹으면서 살았으면 하며 쯧쯧 혀를 찼다.


이 백발이 그냥 된 머리색이 아니다. 영혼을 쏟아 낸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출산하는 고통만큼 큰 고통으로 만든 작품들을 만드느라 내 뇌용량을 초과하는 에너지를 쏟아냈다. 그러다 백발이 되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들은 내가 죽어서도 남아있게 되었다. 이렇게 예술로 삶을 살았기에 내 이름과 작품은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살아남아 나의 흔적들을 남긴다.


그걸 알기에 나는 오늘도 붓을 들고 서있기도 힘든 몸이지만 이렇게 서있다.  겉모습은 이래 보여도 마음만은 어느 소녀 못지않는다. 감성은 충만한 이 할머니는 여고생 보다 더 충만한 감성으로 오늘도 붓으로 그림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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