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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담쟁이 Oct 27. 2023

이수동_좋은 술이 생겼다.

예술에세이 18


이수동 작가의 좋은 술이 생겼다.


<기다림>

“따르르릉” 전화가 울린다.

“난데, 지금 만날 수 있나?”

“왜 그런가 자네. 눈이 많이 와서 밖은 못 나가네 ”

“좋은 술이 생겨서 그렇지 얼른 나오게.”


전화를 끊자마자 달려간다. 눈길을 헤치고 친구를 만나게 되어서 반가운지 좋은 술이 반가운지 소복이 쌓인 눈길을 헤치며 뚜벅뚜벅 걷는다. 점점 발놀림을 빨라져 달려간다. 새하얀 눈밭에 어디가 앞이고 뒤인지 모르지만 무작정 앞을 향해 걸어간다. 내가 만든 길이 하나의 선을 만들고 친구가 만든 길이 선을 만들어 세 명의 친구가 한 곳에 모여있다.


좋은 술이 생겼다는 친구는 술자랑을 하고 두 친구는 술을 바라본다. 언제 맛을 볼 수 있는지 기나긴 친구의 수다에 가슴은 콩닥콩닥 뛰고 있다. 언제 말을 다하고 한 잔 주려나… 손꼽아 기다리며 술병을 바라본다. 입맛을 다신다. 얼마나 좋은 술이기에 눈밭을 헤치고 오게 만드는지 그 장본인은 술병 안에서 고요히 숨을 죽이고 있다.


쌩쌩 부는 바람 속에서 꽁꽁 언 손을 붙들고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친구의 술 자랑은 그칠 줄 모르고 내 마음속 타는 줄 모르고 시간은 계속 흐른다. ‘이 친구가 술에 취했나’ 계속되는 기다림에 술병을 든 친구의 손이 이제는 얄밉기만 하다. 얼른 한 잔만 주면 좋으련만. 그럼 이 추위도 달아날 것 같은데 … 하는 기대하던 마음은 점점 지쳐 친구를 원망하고 있다.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이 답답한 마음도 저 술 한 모금이면 저 멀리 달아나리라 생각해본다. 술병을 계속 바라보며 또다시 기다리고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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