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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담쟁이 Dec 07. 2023

내가 만난 예술, 클림트의 키스

예술에세이 29

클림트의 <키스>

중학생 때 친구와 함께 미술관에 갔다. 그 친구 어머님께서 사학과 교수님이셨다. 어머님께서 미술관 미술작품들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시면서 화가들의 삶과 작품들을 소개해주셨다. ‘클림트’라는 화가를 그때 처음 알았다. 내 눈앞에 커다란 그림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압도적인 그림의 크기 때문에 한눈에 들어오기도 힘들었지만 황금색의 화려한 색채들이 ‘눈을 다른 곳에 두지 못하게 이 그림만 봐’하면서 나를 집중시켰다.


그때 친구 어머님께서 물으셨다. “이 그림은 키스라는 작품이란다. 이 그림은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에 있는 작품인데 이번에 이 미술관에 온 거야. 이 작품의 원본을 한번 보는 건 엄청난 일이란다. 어떤 느낌이 드니?” 그때 당시 나는 “두 사람은 꽃밭에 누워서 키스를 하는 걸까요? 서서 키스를 하는 걸까요?”라는 질문을 하였고 친구어머니께서는 머리를 쓰다듬어주셨다.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 뒤의 설명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꽃밭과 황금색. 이 두 가지에 시선을 빼앗긴 채 몇 분을 그 앞에서 입을 벌리고 바라보았다. 그 이후 클림트라는 화가를 알게 되었고 그와 관련된 책들과 작품들에 집중하면서 그의 작품을 다시 만나길 손꼽아 기다려보았다. 


그 후 10년이 지나 신혼여행을 빈으로 가서 벨베데레 궁전에서 이 명화를 다시 보았다. 아침 일찍 달려가 아무도 오지 않은 미술관에서 남편과 둘이서 그 그림을 바라보았다. 남편은 처음 본 작품을 보고 “이 그림이 이렇게 화려했나? 컵이나 노트에 프린팅 된 그림만 보다가 보니 네가 왜 이 작품을 보고 싶어 하는지 알 거 같아.” 남편의 말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다시 본 작품 앞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중학생 때 처음 만난 그 설렘 가득한 그림 앞에서 눈물이 났다. 황금색의 화려한 그 색채보다 키스를 하는 두 남녀의 애정이 아름다웠다. 여인의 빰을 어루만지며 입술을 가져가는 남자의 부드러운 손길에 발그스레한 얼굴과 눈을 감고 미소를 지으며 여자는 꽃으로 변한다. 아름다운 그림 앞에서 황홀경을 맛본 건 처음이었다. 


클림트의 아버지는 금 세공사였고 어머니는 오페라 가수였다. 그래서인지 금을 사용하여 그림을 그리는 것은 미술적 재능을 타고난 것일까? 화려한 오페라 가수를 닮은 여인은 클림트가 사랑하는 연인 에밀리에를 연상시킨다. 그는 정신적 지주인 에밀리아에게 평생 400통이 넘는 편지를 썼다. 그중에서 “꽃이 없어 꽃을 그려드립니다.”라는 글귀가 적혀있고 사랑의 꽃잎으로 장식한 사랑의 나무를 그려서 준 엽서가 유명하다. 

에밀리에에게 보낸 엽서 "꽃이 없어 꽃을 그려드립니다."글귀가 있다.

키스를 하려는 남자에게 눈을 감고 평온한 표정을 한 여인이 그려져 있다. 포옹하고 있는 커플을 감싸 안은 황금색의 옷이 ‘사랑의 망토’로 보였다. 사랑의 망토를 덮고 있으면 평생 사랑에 빠져 살아가는 마법의 망토. 망토 속 두 연인은 캔버스 전체에서 이 우주에 둘만 존재하듯이 사랑을 하고 있는 큰 존재로 보인다. 클림트와 에밀리에처럼 사랑을 뿜뿜 넘치는 사랑을 하면서 알콩달콩 행복한 신혼을 보내고 있다. 내가 만난 예술. 클림트의 키스. 그 사랑의 망토를 평생 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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