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세이 30
글이 안 써진다. 햇빛은 따사롭고 눈은 감긴다. 저 창문 밖으로만 나가면 즐거운 일들이 펼쳐질 것 같은데 나는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쓰기 위해 꼼짝도 못 하고 있다. 언제 다 쓰고 나갈까? 나가서 뭐 하지? 벌써부터 글을 쓸 의지가 사라진다. 내 머릿속은 잡생각으로 가득 차다.
눈을 감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의자를 까딱까딱하는 저 소년이 나의 모습과 겹쳐진다. 고등학생 때 저렇게 의자를 까딱 거리다가 뒤로 발라당 넘어진 기억이 있어서 갑자기 이불킥 하고 싶은 추억에 눈이 번쩍 떠진다.
숙제는 항상 뒤로 미루고 싶은 존재이다. 하지만 숙제를 미리 하고 나면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없다. 우리에게는 그런 마음의 짐들이 한가득 있다. 뒤로 미루기보다 얼른 햇살에 내 몸을 맡기기 위해 얼른 숙제를 끝내고 놀려고 노력하던 학창 시절이 기억난다. 그때의 기억을 붙잡고 글을 써본다. 타닥타닥 키보드를 손이 가는 데로 가다 보니 글이 써진다. 그렇게 하나의 글을 완성하고 바로 산책하러 나갔다. 얼마나 햇살이 따스하던지. 숙제는 미리 해버려야 스트레스는 사라진다는 걸 32살이 되어서야 다시 깨닫는 진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