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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담쟁이 Dec 11. 2023

조수정, 바람이 불어온다.

예술에세이 32


조수정 <바람이 불어온다>


창밖의 하늘이 푸르다. 푸른 하늘에 부는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바람은 존재하지 않을까? 길을 걸으면 바람이 부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다. 바람을 느낄 뿐이다. 나뭇잎이 흔들리고 바람에 사람들이 옷깃을 올리고 몸을 웅크리고 걸어간다. 쌩쌩 소리를 내며 낙엽들이 회오리처럼 춤추며 공중으로 돌아다닌다. 그 현상들을 보면서 바람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창문 속 하늘을 보아선 바람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작가는 왜 “바람이 불어온다.”라는 제목을 지었을까? 겉으로 보이는 나는 밝고 해맑아 보여 사람들이 걱정이 없어 보인다고 자주 이야기한다. 그러나 나도 걱정이 있고 슬플 때도 있다. 그런 마음은 가슴 한쪽 구석에 놓아둔 채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SNS 속 행복하게 지내는 지인들을 보면서 나는 왜 이렇게 살지 하며 허무주의에 빠진 현대인들이 많다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다. 겉에 보이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추측하기엔 사람이라는 복잡한 형체를 파악할 수 없다. 그림 또한 그렇지 않을까? 단순해 보이는 벽지에 구름 그림이 있고 창문에 구름이 있다. 그리고 핑크색 사다리가 창밖을 향해 놓여있고 꽃이 있는 화분과 의자가 놓여있는 이 그림에는 아기자기한 귀여운 그림으로만 볼 수 있다. 그러나 왜 창문에 사다리가 놓여있는지 화분은 왜 창가에 있지 않고 바닥에 있고 의자에는 왜 아무도 앉아 있지 않은지 곰곰이 그림을 보면서 생각하다 보면 제목이 이해가 된다. 


누구나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할 수 없다.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의 사정을 이해하다 보면 가까워진다. 그렇게 지인에서 친구가 되고 인연이 만들어진다. 


사람의 인연처럼 그림도 인연이 있다 갤러리에서 그냥 스쳐 지나가는 그림들 중에서 내 시선을 끌거나 내 마음에 문을 두드리는 그림 앞에 서서 한참을 바라보다 보면 그림과 소통을 하게 된다. 그러면 그 그림은 스쳐 지나가는 그림이 아니라 나와 대화를 하고 글이 나오는 창작의 동기부여가 되는 그림이 된다. 


관심을 가진다. 이는 마음을 본다는 말이다. 마음을 볼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며 똑똑 문을 두드린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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