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세이 33
한 마리의 사슴이 풀밭을 지나 오아시스를 만났다. 허겁지겁 물을 마시는 모습이 목마른 시간이 길었나 보다. 그 긴 거리를 물을 찾아 헤매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무언가를 얻을 때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돌부리에 넘어지기도 하고, 물인 줄 알았는데 가다 보니 물이 아닌 흙더미를 발견할 수도 있다. 한 걸음씩 나가다 보면 저 멀리 물이 있을 듯한 직감을 믿고 가게 된다.
혼자 물을 마시러 오는 사슴을 보니 갑자기 시경의 “관저”라는 시가 떠오른다.
물수리새의 모습을 보고 요조숙녀를 보고 싶어 하는 한 남자의 외로움이 저 사슴에게 비친다.
짝은 어디에 두고 혼자 물을 마시는 걸까? 고독한 길을 혼자 헤매며 얼마나 많은 슬픔과 함께 했을까? 그런 생각들이 오고 가며 사슴에게 나를 투영해 본다. 2023년 12월이라는 지금의 시간까지 나는 누구와 함께 걸어왔고 혼자 걸어갔을까? 그 시간의 흐름에 나로서 존재하기 위해 나는 얼마나 발버둥을 쳤을까? 오아시스를 만났을까? 아님 지나쳤을까?
풀밭에 놓인 빨간 상자 노랑 상자 핑크색 물체가 보인다. 저 오브제들은 왜 풀밭에 놓여있을까? 여기가 오아시사야 하고 길을 알려주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일까?
그림 하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생각들이 떠오르지만 이어지지 않는다. 이런 복잡한 그림은 어려운 수학문제를 푸는 듯해서 머리가 지끈 거린다. 하지만 그림을 자주 계속 보다 보면 언젠가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걸어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