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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담쟁이 Dec 13. 2023

천경자_정원

예술에세이 34


천경자_정원


꽃으로 가득할 것 같은 정원에 꽃은 일부분에 불과하고 두 소녀가 있다. 한 소녀는 의자에 앉아서 음료를 마시고 있고 한 소녀는 일어나 노래를 부르는가? 하는 손동작을 하면서 서로 이야기를 한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사막 같은 꽃밭에서 그 두 소녀의 이야기의 재잘거림이 아마 꽃이 되어 정원을 채우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우리 집 정원을 보았다. 겨울이 되어서 꽃들은 다 떨어지고 나뭇가지만 앙상하게 있다. 그러한 가지들도 내년에도 꽃이 피길 간절히 바라며 비닐로 빙빙 싸놓는다. 따뜻하게 가지를 감싼 비닐은 보기에는 흉하지만 나뭇가지에는 어떤 패션쇼의 옷 못지않는 최고의 옷이 된다. 


겨울의 한량한 마당은 봄이 되면 꽃밭으로 변한다. 아마 저 그림 속 두 소녀는 겨울의 정원을 거닐고 다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지만 그들은 반팔의 원피스를 입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본다. 어제 만난 남자와의 이야기, 책에서 본 이상형을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서로의 즐거웠던 에피소드들을 재잘거릴 것이다. 


나는 언제 친구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생각해 본다. 고등학교 때? 대학생 때? 아득히 먼 과거에 친구와 재잘거리며 즐겁게 웃던 기억이 이 소녀들로 인해 기억을 꺼내본다. 


이제 12월이 지나가고 있다. 그 가운데 오래된 친구에게 전화를 해본다. 잘 지내는지 요즘 즐거운 일들은 없는지 그렇게 두 소녀처럼 즐겁게 내 귓가를 정원으로 아름답게 꾸며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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