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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담쟁이 Dec 17. 2023

이인성_사과나무

예술에세이 37


이인성_사과나무


어릴 적 태몽을 들은 적이 있다. 어머니께서 배가 고파 지나가던 길에 만난 큰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베어 물었는데 금 사과로 변했다고 한다. 그리고 금 사과가 어머니 품으로 우수수 떨어져 치맛자락으로 한 움큼 잡고 집으로 달려갔다고 하셨다. 


그래서인지 사과만 보면 못생긴 사과도 맛있게 보인다. 가장 좋아하는 과일도 사과이고 매일 아침 사과즙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그렇게 사과를 좋아하는 내가 이 그림을 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사과가 얼마나 많이 달렸는지 가지들이 축 쳐져서 느티나무가 되었다. 가지는 햇볕에 얼마나 노출이 되었는지 금빛의 나무기둥은 힘겹게 양팔을 벌리고 사과들이 안 떨어지게 열심히 잡고 있는 듯한 모습에서 어릴 적 사고를 많이 쳐서 양동이 들고 벌서던 내 어릴 적 모습도 떠올렸다. 


이 그림이 가장 큰 벽화가 대구의 어느 마을에 있다. 대구 출신의 천재화가로 불리는 이인성 작가는 6.25 전쟁 당시에 술을 마시고 경찰에게 호통치다가 총기 오발로 안타깝게 사망한 비운의 화가로 유명하다. 그런 비극으로 짧은 생을 살았지만 다양한 작품이 우리에게 남겨주셨다. 


그가 어릴 적 대구 산격동에서 작품활동을 하였는데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산격동 에덴 3~4차 아파트 담장에 이인성 사과나무거리라는 푯말과 함께 벽화가 그려져 있다. 그러나 그 벽화에 그려진 사과나무에는  나무 그늘에 닭이 두 마리가 있고 사과가 모습이 탱글탱글하게 나무에 열려있다. 

이 벽화에는 사과나무 말고도 그의 다양한 작품들이 벽화를 예쁘게 꾸미고 있다. 어쩌면 능금아가씨로 유명했던 예전의 대구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작가는 사과나무를 그렸던 것은 아닐지 싶다. 지금은 지구온난화로 사과가 점점 윗동네로 올라가서 재배가 된다. 할머니 말씀으로는 어릴 적 우리가 살던 대구 앞산에 사과나무가 많아서 사과 서리를 했던 적도 많았다고 했는데 지금은 대구에 사과를 찾아볼 수가 없다. 

그리운 사과나무들을 생각하며 나의 태몽과도 인연이 있는 사과를 한 잎 베어 먹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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