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불청객, B형 독감과 보낸 '뜨끈한' 격리 일기

by 꿈꾸는 담쟁이

창밖의 온도가 영하권으로 곤두박질치며 본격적인 겨울의 서막을 알리던 이번 주말, 우리 부부의 계획은 거창했습니다. 새로 생긴 카페에 가거나, 겨울 코트를 꺼내 입고 외출을 할 요량이었죠. 하지만 불청객은 예고 없이 찾아왔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기운이 쭉 빠지는 'B형 독감'이 우리 집 문턱을 넘은 것입니다.


결국 이번 주말, 우리 부부의 활동 반경은 가로 2미터, 세로 2미터 남짓한 침대 위로 수렴되었습니다.


침대라는 이름의 요새

금요일 밤부터 시작된 오한은 토요일 아침이 되자 선명한 근육통과 고열로 변했습니다. 남편과 나, 둘 중 한 명이라도 멀쩡했으면 좋았으련만, 운명의 장난인지 우리는 나란히 독감 확정 판정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거실로 나가는 것조차 포기하고 침실에 '전시 기지'를 구축했습니다.

난방의 극대화: 보일러 온도를 평소보다 5도나 높였습니다. 바닥은 지글지글 끓어오르고, 이불 속은 찜질방 부럽지 않은 열기가 가득했죠.

보급품 배치: 침대 머리맡에는 두루마리 휴지와 물티슈가 산처럼 쌓였습니다.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기침과 콧물을 처리하기 위한 생존 도구였죠.

수분 보충: 생수병 몇 개와 비타민 음료가 그 곁을 지켰습니다.

바깥세상은 찬 바람에 나무들이 휘청이고 있었지만, 우리 방 안은 습한 열기와 "콜록콜록"하는 기침 소리만이 공명하는 별개의 행성 같았습니다.


기침으로 나누는 대화

독감은 우리에게서 목소리를 앗아갔습니다. 목이 부어올라 말을 섞는 것조차 고통이었기에, 우리는 긴 대화 대신 짧은 기침 소리로 서로의 안부를 물었습니다.

"콜록, 콜록!" (물 좀 줄래?)

"쿨럭... 콜록!" (여기 있어, 나도 한 모금만.)


남편이 기침을 시작하면 마치 돌림노래처럼 내 기침이 이어졌습니다. 서로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열꽃이 핀 얼굴, 헝클어진 머리, 그리고 코가 헐어 발그레해진 모습. 평소라면 서로 놀렸을 법도 한데, 이번엔 그저 동지애만이 가득했습니다. 아픈 와중에도 남편은 뜨거워진 내 이마에 젖은 수건을 얹어주었고, 나는 기운 없는 남편의 등에 따뜻한 물티슈를 건네며 이 지독한 시간을 함께 견뎠습니다.

골골거림 속에서 발견한 것들


주말 내내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다 보니, 평소엔 들리지 않던 소리들이 들려왔습니다. 보일러가 힘차게 돌아가는 소리, 창문에 부딪히는 바람 소리, 그리고 옆에서 쌕쌕거리며 잠든 남편의 숨소리 같은 것들 말이죠.

바쁘게 살 때는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불안함으로 다가왔는데, 이렇게 강제로 멈춰 서고 나니 비로소 휴식의 절실함을 깨달았습니다. 비록 온몸은 두들겨 맞은 듯 아프고 기침 한 번에 가슴이 울렁거렸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따뜻한 주말이기도 했습니다. 빵빵하게 틀어놓은 보일러 덕분에 등은 뜨끈했고, 곁에는 나와 같은 속도로 아파하고 회복해가는 반려자가 있었으니까요.


일요일 밤이 되어서야 조금씩 열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기침은 멈추지 않았고, 침대 주변은 휴지 더미로 가득했지만, 우리는 서로를 보며 힘없이 웃었습니다. "이번 주말은 정말 '순삭' 당했네"라는 남편의 말에 나는 대답 대신 작게 기침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다시, 일상을 기다리며

이번 B형 독감과의 사투는 우리에게 꽤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건강이 최고라는 진부한 진리, 그리고 아플 때 곁에 있어 주는 사람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낀 이틀이었죠.

내일부터는 다시 일상이 시작되겠지만, 당분간은 이 따뜻했던(혹은 뜨거웠던) 침대 위에서의 기억이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아직은 목이 칼칼하고 코맹맹이 소리가 나지만, 조만간 이 지독한 감기도 찬 바람과 함께 씻은 듯이 낫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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