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살 때 일이다. “행복은 항상 우리 옆에 숨어있어.” 이런 글을 책에서 읽었다. 그리고 말했다. “웃기시네, 행복이 옆에 있는데 왜 숨어있냐? 밖으로 나와서 행복을 이끌어줘야지.” 그렇게 삐딱선을 타던 내가 23살에 행복이 옆에 있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2012년 남편과 연애를 시작하였다. 내가 먼저 첫눈에 반해 고백하여 시작한 연애여서인지 만날 때 마다 설레고 기뻤다. 매일 야근에 시달리던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 남자. 그리고 결혼까지 6년의 열애시간이 남들 눈에는 길다고 언제 결혼 하냐고 아우성이었지만 나에게는 너무나 달콤해서 짧았던 시간들이었다.
특히 결혼 1년 전에 직장을 그만두고 둘이서 떠나는 신혼여행을 멋지게 보내고 싶어서 모든 준비를 남편과 둘이 하였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프란츠 카프카와 밀란 쿤데라의 나라인 체코와 모차르트와 클림트를 신봉하는 나를 위해서 비엔나를 신혼여행으로 선택 후 여행사를 매주 주말에 찾아가서 상담도 받고 도서관에서 가보고 싶은 곳을 열심히 조사하며 예술을 흠뻑 느끼는 신혼여행이 되자며 결의를 다지고 신혼여행을 떠났다. 그래서인지 일주일동안 예술에 취해서 여행하였다. 그 추억으로 지금도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그때 나의 꿈들이 크게 변동되기 시작하였다. 글을 쓰고 싶다. 책을 미친 듯이 읽고 싶다. 책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 싶다. 작가들의 삶의 공간에서 드는 그 생각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다.
그런 나의 꿈을 매일 저녁 식사를 끝내고 티타임을 가지며 남편과 대화를 하였다. 남편이 크게 응원한다며 집안일을 거의 도와주기로 해주었다. 신혼 때 하던 약속들은 물거품이라는 말과 달리 남편은 결혼 한지 6년이 지난 지금도 저녁밥을 담당하고 항상 따뜻하고 맛있는 저녁식사를 해준다. 그 한결같은 마음을 알기에 나도 꿈을 실행하기 위해 더 최선을 다하였다. 매일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아이들과 책으로 수업하는 이 삶이 행복하다. 그 시간들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도 만만치 않는 건 사실이다. 가끔 다 놓아버리고 싶은 번 아웃 증후군도 나타나고 저질체력이여서인지 조금만 무리해도 몸살이 나지만 멈추지 않고 나아 갈 수 있었던 건 남편의 응원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나를 지지하고 있다는 그 믿음이 기적 같은 일들을 만드는지 처음 알았다.
설날에 남편과 어바웃타임을 보았다.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가진 주인공 팀은 실수하거나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때 마다 과거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 과거의 선택이 달라지면 미래가 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되며 갈등을 겪게 된다. 그때 아버지가 행복하기 위해 두가지를 알려준다. 첫째는 시간을 되돌리지 않고 평범한 삶을 살라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똑같은 하룰 매일 다시 살면서 처음 느꼈던 당혹감과 긴장감을 즐겁게 경험하라는 것이었다. 불확실한 미래를 바라보며 사는 삶이기에 항상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하고 상상도 해본다. 하지만 그보다 지금 이순간의 행복과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더 소중함을 영화를 보면서 남편과 이런저런 대화를 하였다.
남편이 첫 직장에서 받은 첫 월급으로 사주었던 맥북 프로가 어제 생을 마감하였다. 나의 보물 1호이고 목숨을 몇 번 구해주었는데 결국 화면은 켜지지 않았다. 혹시나 살릴 수 있을까 싶어서 서비스센터에 연락도 해보았지만 10년 가까이 썼으면 가망이 없다는 진단만 나왔다. 속이 상했다. 그러나 남편이 떠나보내야 할 때는 떠나 보내주어야 한다며 위로해주었다. 그 위로에 속상한 마음이 싹 가셨다. 신기했다. 이 노트북으로 많은 일들을 하였고 작가라는 꿈도 가지게 되었다. 그 만큼 열심히 일했으니 편히 보내주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창고 방 한자리에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이 슬픔은 떠나보내고 이 슬픔을 통한 또다른 즐거움을 찾아야겠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 일까? 생각해보면 조각조각으로 이루어진 추억 속에서 남편과 함께한 시간들이 다 행복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도 행복하고 함께할 미래도 행복하다. 항상 옆에서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주고 동반자가 되어준 남편 덕분에 글도 쓸 수 있는 시간이 있고 책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걸 알기에 항상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