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펴주어야 할 우리집

by 꿈꾸는 담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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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세탁기를 돌리고 잤는데, 세탁기 방이 물에 잠겼다. 바깥 베란다쪽 물이 넘쳐서 방으로 물이 흘러 들어왔다. 베란다에는 바닥에 살얼음이 흥건했다. 깜짝 놀라 시린 손 부여 잡으며 수건으로 물을 닦고 또 닦았다. 그렇게 하길 몇 시간 안되겠는지 남편이 마당 밖으로 나갔다. 하수구 관에 붙은 얼음을 다 깼다. 한참을 탕탕탕 소리가 귀를 울렸다. 그리곤 콸콸콸 소리가 나더니 살얼음 사이사이로 물들이 아래로 내려갔다.

며칠 추워진 날씨에 하수도관이 막혔나보다. 2층에 세탁기가 있으니 인지를 하지 못했다. 주말에 그동안 쌓인 빨래할 옷만 보고 빨래를 한 것이 원인이었다. 주택에 살면서 이런일이 자주 있다는 걸 알면서도 가끔 잊어버린다. 겨울에 동파될까봐 보일러실에 옷을 감싸고 물을 조금씩 틀어놓기도 하는데 하나하나 섬세하게 살펴보지 못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1970년대에 지어진 상가주택이다. 옛날에는 한 집에서 방을 내어 세를 주던 흔적도 2층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연탄을 떼다가 기름보일러를 설치한 흔적들 그리고 집이 미로처럼 방마다 문이 두 개씩 있다. 옛것을 싹 없애고 살고 싶지 않아서 벽지도 나무벽도 그대로 사용하여 생활 하고 있다. 응답하라 1988의 정팔이 집을 보면 우리집을 보는 것 같아서 신기하게 느껴진다. 아마 80년대의 기억을 가지고 이 집에서 살아가다보니 집이 나이가 많이 들었다는 걸 잊고 산다.

초등학교 3학년때 친구집에 놀러간적이 있다. 초인종 소리에 친구어머니께서 문을 열어주시고 들어간 집이 2층 집이었다. 2층집을 처음본 나는 “우와” 환성을 질렀다. 샹그리제가 거실에 달려있고 바닥에는 이국적인 카페트가 깔려있었다. 실내화를 신고 집을 들어간다는것에 신기함을 느끼고 집에 온적이 있다.

이 집을 처음 살 때 그때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계단을 올라가는데 샹그리제가 달려있었고, 2층 계단이 나무로 층층히 있었다. 옥상에서 바라본 바로 앞의 학교운동장에 매일 새벽에 옥상에 올라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러나 막상 집에서 살아보니 상그리제가 있는 계단의 조명은 오래된 돼지코플러그로 사용할 수 없는 그냥 장식물에 불과했고 옥상은 일주일에 1번 올라갈까 말까 한다. 뭐 하나 잘못 건드리면 수리비로 돈이 깨지니까 잘 건드리지 않게 된다. 그래도 오래된 집에 살다보니 된장 고추장이 옥상에서 잘 익고 있다. 무엇보다 층간소음이 없고 조용한 집안에 음악을 켜두면 집안 전체에 울리는 음악소리에 즐겁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집 강아지(개라고 해야할까?) 진돗개를 마음껏 키울 수 있다. 온 집안을 휘젓고 다녀도 털들이 날려도 아무도 뭐라하는 사람이 없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나만의 공부방이 있다. 이 곳에서 아이들과 토론도 하고 책도 읽고 글을 쓰며 시간을 보낸다. 출퇴근이 없다보니 코로나시기에는 두달동안 집밖에 안 나간적도 있다. 예전의 나 같으면 숨 막혀 죽을 듯했겠지만 내 집이 생기고 나니 그만큼 좋은 공간이 없다.

나이가 많은 집이지만 우리에게 아늑한 공간을 제공해준다. 그래서 골골 거리면 상처에 마데카솔을 바르듯이 우리가 손봐주면 된다. 그만큼 부지런해야 하는데 가끔 보살펴주는 것을 잊곤한다. 오늘 물난리가나면서 다시 한 번 집을 보살펴 봐야함을 다시 느꼈다.

평생 남편과 함께 살 집을 생각하면서 첫 신혼집을 골랐다. 친구들이 뭐 그렇게 궁상맞은 집을 고르냐고 볼멘소리를 하였지만 아파트에 살면서 층간소음에 대한 스트레스를 토론하는 친구의 말에 그런 걱정 없이 사는 내가 잘 한 선택이구나 느낀다. 특히 예민한 감각을 가진 내가 아파트에 산다면 아마 매일 스트레스를 받을 거 같다. 요즘은 친구들을 만나면 아파트값이 또 떨어졌다며 하소연을 한다. 집세에 좌지우지 안하려고 주택을 샀던 것도 한 몫이었다. 우리가 평생 살 집은 사고 팔 경제와 떨어진 곳에 살고 싶었다. 그렇게 하소연 하는 친구에게 위로를 해주었다. 결혼 한지 7년이 되었지만 작년 태풍으로 포항 물난리 때 말고는 집은 우리에게 아늑함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고즈넉함을 우리에게 줄 집이다. 정리에 1월을 불태웠는데 집을 잘 가꾸어서 행복한 우리 집이 되도록 노력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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