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오랜만에 데이트

by 꿈꾸는 담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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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오랜만에 휴가를 얻었다. 매일 야근에 교대근무에 회사, 집만 왔다 갔다 하다가 갑자기 휴가를 얻어서 무엇을 할까 둘이서 고민을 하였다. 오전에 대구 시내에 데이트를 했다. 남편이 차 운전도 마냥 귀찮은 듯이 나를 쳐다본다. 결국 아침 9시 버스를 타고 대구로 향했다.

가자마자 교보문고 지하로 달려갔다. 결혼 전 남편이 선물해준 만년필이 잉크가 굳었는지 글씨가 희미하게 나와서 문의하러 갔다. 점원이 만년필을 찬물에 몇 번 담금질을 하더니 잉크가 콸콸 물에 새어나왔다. 그리고 종이에 몇 번 글씨를 쓰니까 잘 나오더라. 집에서도 물에 펜을 담궈 두었는데 잉크가 잘 안 나오더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점원 분께서 웃으며 “ 카트리지가 꽉 안 닫혀서 그럴 수도 있어요.” 하며 문제점을 해결 해 주셨다. 고마운 마음에 감사인사를 드린 후 문구 쇼핑을 하였다. 새해에 필사할 노트를 고르다가 예전에 어린왕자표지의 노트를 샀었던 기억이 났다. 집에 있는 사이즈보다 조금 더 큰 사이즈의 노트를 보고 바로 집어서 장바구니에 넣었다.

남편과 문구류를 쇼핑 후 교보문고를 둘러보다가 대구에 온 목적인 귀를 뚫으러 갔다. 포항에서는 귀를 예쁘게 뚫어주는 곳을 몰라서 막힌 귀를 뚫고 싶어도 가지를 못했다. 대구 시내에 귀 예쁘게 뚫어준다고 알려준 친구의 말을 기억했다가 대구 시내 가면 가야지 했는데 남편이 그걸 기억해주었다. 작은 꽃잎모양의 귀걸이를 선택하고 점원이 귀를 뚫어주기를 기다렸다. 주사바늘도 무서워하는 나인데 아프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하였다. 그러나 “따끔거립니다.”하는 소리와 함께 귀는 뚫려 있었다. 전혀 아프지 않아서 아플까봐 걱정한 내가 민망해졌다. 예쁘게 귀를 뚫고 알라딘 매장으로 달려갔다. 아이들과 영어 그림책 수업을 하다 보니 알라딘은 보물창고이다. 원하는 책들이 반값에 아니 그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나를 데려가라고 나에게 손짓을 한다. 하나씩 읽어보면서 재미있는 스토리와 아이들이 익힐 단어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열심히 장바구니에 담았다. 장바구니에 책이 쌓이면서 나의 미소도 점점 커진다. 무겁게 한 짐이 되어버린 책들을 한 아름 안고 가는 발걸음은 가볍다.

남편과 둘이서 데이트를 하긴 처음이다. 우리가 연예할 때 보던 가게들은 하나씩 사라지고 다른 가게들이 있었다. 추억을 이야기하면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3시간 정도의 데이트를 하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둘 다 골아떨어지고 말았다. “체력이 예전 같지 않구나” 생각했다.

쇼핑을 좋아하지 않은 내가 오늘은 양손 가득히 책과 문구들을 들고 신나게 쇼핑을 즐긴 하루였다.

오늘 오후 수업 때문에 2시에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예약하였다. 그러나 수업하려던 학생이 코로나에 걸려서 수업이 취소되었다. 수업을 못해서 시무룩해 있는 나를 보더니 남편이 집에 걸어가자고 제안을 하였다. 산책하면서 기분을 풀어주려나 했는데 집으로 가는 길에 있는 스벅에 들러 일명 ‘얼죽아’인 나에게 시원한 커피를 사주었다. 둘이서 시원한 커피를 마시며 즐겁게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수업은 못하게 되었지만 오랜만에 데이트에 결혼 전 추억들을 다시 상기시킬 수 있었다. 올해 꿈 중에 남편과 100일 이상 데이트하기가 있었는데 1월이 가기 전에 1번의 데이트를 할 수 있어서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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