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줄 알았는데, 살아있네
8월 9일 새벽 4시.
고요한 어둠 속, 자려고 누운 내게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왼쪽 목구멍에서 느껴지는 낯선 이물감.
거울을 들여다보니, 투명한 막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 순간, 숨이 막히는 듯한 답답함이 가슴을 조여왔다.
하품을 하고 싶었지만, 하품의 문은 굳게 닫혀버렸다. 크게 숨을 들이마시려 할수록 공기는 목에서 멈춰 섰다. 그 답답함은 이내 가슴을 두드렸고, 거대한 먹구름 같은 불안이 머릿속을 뒤덮었다. 손발이 떨리고, 심장은 북처럼 요동치고, 눈앞은 안개 낀 풍경처럼 흐릿해졌다.
“아… 공황이 왔구나.”
겪어보지도 않은 일을 스스로 진단하는 내 모습이 우습기도, 이상하게 대견하기도 했다. 손발에 힘이 풀린 채, 나는 응급실로 향했다.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여러 검사가 진행되었다.
소변, 혈액, 엑스레이.
산소포화도는 99%였다. 모든 수치가 멀쩡했다.
나는 숨이 막혀 헐떡이는데, 의사와 간호사는 번갈아 와서 말했다.
“환자분, 숨 못 쉬시겠는 거 알겠는데… 조금만 천천히 쉬세요.”
나는 숨 쉬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 심지어 매일 수업 전에 “호흡하세요”를 외치는 앵무새인데.
‘내가 몰라서 못 쉬는 게 아니라고요! 안 되니까 응급실에 온 거라고요!’ 속으로 수없이 되뇌었다.
두 시간쯤 지나자, 바닥을 뚫고 내려가는 기분과 함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울 이유가 없었는데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새벽 응급실 침대에 누워 있는 내 모습이 한심해져서, 눈물은 더 격해졌다.
(아마도 교감신경이 한껏 치솟았다가, 부교감신경이 균형을 맞추느라 확 내려간 것이 아닐까. 의학 지식 없는 나의 뇌피셜이지만.)
세 시간이 지나자, 의사는 말했다. “요즘 스트레스 많이 받으셨나요? 검사 결과 신체적 이상은 없어요. 멀쩡합니다. 숨을 못 쉴 것 같다고 해서 죽지는 않아요. 한번 더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정신과로 가보세요. 퇴원하셔도 좋습니다”
집에 돌아왔지만, 여전히 기운은 없었다. 하지만 ‘신체 건강하다’는 말에 기분은 조금 나아졌다. 오후가 되자, 새벽의 일이 되살아나며 이유 없는 창피함이 밀려왔다. 술 마시고 기억을 잃은 밤이 아침에 서서히 떠오르는 기분이었다.
그때였다. 다시 숨이 막히려는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나는 이상한 결심을 했다.
“좋아. 이번엔 이 공포를 제대로 느껴서,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해 주리라. 브런치에도 써야지. 빨리 와라, 불안아. 내가 제대로 느껴줄게.”
무서웠지만, 죽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무엇보다 전문가의 의견이 크게 한몫한 느낌 ㅎ)
그렇다면 안심하고 불안을 ‘경험’해보자. 그렇게 선언하자, 불안구름은 의외로 금세 흩어졌다.
오긴 온 건가? 내가 또 오바한 건가?
잘은 모르겠지만, 만약 또 온다면 이번에도 기꺼이 느껴주리라 다짐한다.
그리고 생각했다. 참 재미없는 인생은 아니다.
이런 경험, 또 누가 하겠나.
몸은 놀랐지만, 마음은 은근히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하고 있었다.
공황이든 아니든, 몸이 보내는 신호는 결국 나만의 언어다.
그날 새벽, 나는 그 언어를 잠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