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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 루피의 땅콩 상실일지

루피의 중성화 바니의 스케일링

by 베리바니



바니와 루피와 함께한 지 1년이 흘렀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 셋의 진짜 동거가 시작된 즈음이었다.


루피가 새벽마다 울기 시작했다. 낮고 낯선 울음소리였다. 집안 곳곳에 남겨진 작은 흔적들을 보고서야, 루피의 땅콩 상실을 결심했다. 마치 루피가 자기만의 깃발을 하나씩 꽂아두는 것처럼 보였다.



수술 전 검사가 필요해 바니도 함께 데리고 갔다. 의사 선생님은 둘이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것 같다고 했다.


그 말이 묘하게 마음을 가볍게 했다. 바니와 루피가 같은 해, 같은 계절, 어딘가에서 태어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조금은 기적처럼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수술.


몇 시간이 지나 병원에 도착했을 때, 바니는 낯선 공기 속에서 나를 잘 알아보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루피는 내 품에 안겨, 무거운 물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의사는 괜찮을 거라고 했지만, 나는 눈물이 차올라 멈추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바니는 낯선 기척에 킁킁거렸고, 루피는 작은 숨소리만 내며 가만히 늘어져 있었다.


나는 두 아이 사이에서 자꾸 마음이 흔들렸다. 바니는 귀엽고, 루피는 걱정스러웠다.


집에 도착한 후 루피는 한참 동안 토했다. 눈만 깜빡이며, 마치 내 마음을 붙잡는 듯했다. 나는 작은 소리로 계속 속삭였다. "괜찮아. 조금만 더 견뎌내면 돼."


그 옆에서 바니는 무심하게 앉아 있었지만, 가끔 루피 쪽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그 모습이 괜히 고마웠다.



시간이 흐르고 루피가 일어섰다. 아직 불안정했지만, 밥그릇 앞으로 걸어가 사료에 입을 댔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천천히 씹어 삼키는 모습.

그 단순한 장면이 이상할 만큼 눈부셨다.


나는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루피는 조용히 밥을 먹고 있었다.


조금 뒤, 바니가 루피 옆에 다가가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별다른 일도 아니라는 듯, 루피가 남긴 사료 냄새를 킁킁 맡고는 이내 고개를 돌렸다.


두 아이가 그렇게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보자, 내 마음속 불안이 조금씩 사라졌다.



이 집에서의 우리 셋은, 조금은 서툴지만 괜찮을 것 같다고, 그 순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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