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장의 콤비
강아지와 고양이의 합사는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익숙해질 시간도, 분리된 공간도 없었지만 둘은 서로에게 관심이 없는 듯 무심했다.
싸우는 일도, 그렇다고 호감을 표현하는 일도 없었다.
마치 한 공간에 각자의 영역이 있는 것처럼 서로를 방해하지 않았다.
그 모습이 내심 고맙고 대견하면서도 어딘가 안쓰러웠다. 어쩌면 서로의 출신을 아는 것일까.
그렇게 함께 있는 시간이 익숙해졌다.
바니가 자연스럽게 서열 1순위가 되었고, 루피는 2순위가 되었다.
바니를 먼저 챙기는 일이 잦았는데, 그 시간을 루피는 뒤에서 조용히 기다려주었다.
눈치 빠른 고양이와 천방지축 강아지.
둘의 조합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조력자 루피를 얻은 바니는 더욱 거침없이 파티를 이어나갔다. 높은 곳에 올려둔 물건도 루피의 도움으로 바닥에 내동댕이칠 수 있었고, 숨겨둔 간식 또한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서랍에 넣어두지 않는 이상 집안의 온갖 물건들이 바닥에 흩뿌려지고 데코처럼 깔렸다.
매일매일 신나는 파티에 초대받는 기분이었다.
물론 초대받아 청소를 하는 사람은 나였다.
마치 알바비 한 푼 받지 못하는 일터에서
행복이라는 거대한 빚을 갚아가는 듯한 고된 노동이었다.
그래도 파티만 열리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날도 있었다.
언젠가는 싱크대 위에 잠시 올려둔 오징어 두 마리 중 다리 두 개만 남겨두고 모두 먹어치운 바니를 발견했다.
놀란 마음에 곧장 바니를 안고 병원으로 달려갔던 아찔한 기억이 있다.
그 순간 루피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내 다리 사이를 비비고 있었다.
어쩌면 진짜 여우는 루피였고,
바니는 그저 곰 같은 먹보였는지도 모른다.
혼나는 건 언제나 바니의 몫이었으니까.
그래도 루피는 바니가 혼날 때면 늘 그 곁을 지켰다.
말없이, 묵묵히, 바니의 편이 되어주는 것처럼.
그렇게 나의 고단한 하루는 사랑스럽고 유쾌한 두 존재, 바니와 루피 덕분에 사랑으로 채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