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는다.
가을바람 냄새가 조금씩 스며들던 때였다.
지인 O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홍대 앞, 트럭 밑에서 길을 잃고 있던 고양이를 데리고 왔다는 이야기였다.
아마도 누군가가 키우던 고양이가 집을 찾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비가 많이 오고, 바람이 차서… 그냥 두고 올 수는 없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착하고 순한 고양이지만, 자기 집 고양이(이름은 카레)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2주 동안만 맡아줄 수 없겠느냐고 물었다.
그때 나는 가족들과 살고 있었기 때문에 직접 데려올 수는 없었다.
대신 임시 보호처를 알아봐 주겠다고 했다.
운 좋게 바로 보호처가 정해졌다.
K라는 친구였고, 그는 흔쾌히 괜찮다고 했다.
O에게 K의 연락처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2주 하고 이틀쯤 지났을까.
K에게서 전화가 왔다. 목소리는 화가 나 있었다.
“야, O는 도대체 뭐 하는 애야?
고양이를 맡겼으면 데려가야지. 문자도 안 되고, 전화도 안 되고!
내가 너 믿고 맡아줬는데, 더는 못 맡아. 네가 데려가.”
당황스럽고, 미안하고, 또 조금은 화가 났다.
나는 서둘러 K의 집 앞으로 갔다.
이동장 안에서 작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슬픈 듯한 목소리였다.
긴 털과 풍성한 꼬리를 가진 노르웨이 숲 고양이.
그때 그의 이름은 ‘짜장’이었다.
나는 잠시, 이 고양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마침내 바니가 있는 X의 집으로 데려가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닿았다.
그날, 루피와 내가 처음 만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