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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 3일째에 드러난 파티광

by 베리바니


집에 온 지 이틀 동안, 바니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밥을 반도 먹지 않았고, 간식에도 무심했다.

거실 한쪽에 조용히 앉아, 가끔 고개만 들었다.


마치 철든 어른아이 같았다.

괜히 그의 과거를 상상했다.

쓸쓸한 시골 마당, 낡은 목줄, 먼지 쌓인 물그릇 같은 것들.

그런 그림 속에 바니를 놓아두니 마음이 아팠다.

이 아이를 더 예뻐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3일째 되는 날,

사료를 챙겨주려고 집에 들어섰을 때,

나는 잠시 현관 앞에 멈춰 섰다.


하얀 휴지 조각이 바닥 전체에 눈처럼 흩어져 있었다.

비타민약 통은 깨져 있고, 알약 몇 개가 창문 쪽까지 굴러가 있었다.

이어폰 줄은 잘게 잘린 새까만 가닥으로 변해 있었다.

식탁 위의 보자기는 반쯤 바닥으로 끌려 내려와 있었고,

쇼파 쿠션 하나는 껍질이 벗겨져 있었다.

내가 처음으로 선물 받은 애지중지 구찌 지갑은 육포처럼 굴러다니고 있었다.


공기 속에는 알약 냄새, 먼지 냄새, 그리고 바니의 체온 같은 것이 섞여 있었다.


“바니…”

단전에서부터 깊게 끌어올린 목소리가 나왔다.


바니는 혀를 내밀고 꼬리를 흔들며 내 쪽으로 달려왔다.

오히려, 나 잘했지?라고 말하는 듯,

칭찬해 줄 내가 돌아온 게 반가운 아이처럼.


잠시 멍하니, 파티가 막 끝난 것 같은 집안을 바라보았다.

패리스 힐튼이 다녀가도 어색하지 않을 무대였다.

나는 생각보다 대단한 강아지를 만난 것 같다.

혹시 천재견 아닐까.


그렇게 희망 회로를 돌리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리고 조용히, 휴지를 한 줌씩 모았다.


끝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파티를,

나는 이미 준비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후로도 끝나지 않는 그의 만행
간식통 뚜껑, 생수 뚜껑도 따서 셀프 배고픔, 목마름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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