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
몸무게 10.5킬로그램. 예약 없이 들른 탓에 기본적인 케어만 받을 수 있었다. 목줄과 삑삑이 장난감을 사고 다시 차에 올랐다.
만난 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우리는 꽤 가족 같은 모양새가 되어 있었다. 내가 한 생명을 구원한 것 같은 알 수 없는 우월감에 빠져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묘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흐릿한 자아도취 속에 X의 집 앞에 다다랐을 때, 가장 중요한 사료와 간식을 사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서둘러 근처 동물 병원으로 향했다. 그곳의 수의사 선생님은 십삼 년째 코카를 키운다고 했다. 바니를 보더니 "너무 귀엽다!"며 얼굴을 비비고, 이빨도 살펴주었다. 대략 한 살이 채 되지 않은 아기 같다고 했다. (물론 스케일링을 받았다면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을 것이다.)
선생님은 서비스라며 닭가슴살 간식을 꺼내주셨는데, 바니가 먹질 않자 "어떻게 이런 친구가 있을 수 있죠?"라며 먹을 것을 마다하는 코카는 있을 리 없다며 청진기까지 들고 나왔다. 바니의 숨소리를 듣더니 "미리 돈을 많이 모아두어야 할 것 같다"는 예언 같은 말을 아끼지 않으며 무료 진료를 끝냈다.
점집 같았던 병원을 나와, 바니와 가족이 된 기념 파티를 위해 강아지도 함께할 수 있는 야외 횟집으로 갔다.
플라스틱 의자에 얌전히 앉아 기다리는 바니를 보며, 마치 외국 영화 속 낭만적인 한 장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환상은 오래가지 못했지만. 적어도 입양 첫날은 그랬다.)
코카스파니엘은 악마견이 아니었다.
내게 고상하고 얌전한 강아지가 생긴 것이다!
(정확히는 X의 강아지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