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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 한밤의 추격전

8주간의 이별을 부른 결정적 계기

by 베리바니


바니는 사냥에 특화된 코커스파니엘답게, 비둘기 몰이에서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비둘기를 향해 전력 질주하다 막아서면 억울하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길 가는 사람마다 붙들고 아는 척을 하는 바람에, 고작 1미터를 나아가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덕분에 낮 산책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렇게 밤도깨비처럼 산책을 이어가던 어느 날, 집 근처 파출소 주차장이 눈에 들어왔다.


쉴 새 없이 달리는 바니의 성향을 생각하면 애견 운동장이 가장 좋겠지만, 그때의 나는 그런 시간을 낼 여유가 없었다. 대신 한산한 새벽, 사방이 펜스로 둘러싸인 주차장이 적당해 보였다. 잠시 목줄을 풀어두고 마음껏 뛰게 해 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쪽에 열린 공간이 있는 것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바니가 이미 저 멀리 도망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빠르게.


다행히 새벽녘이라 차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인도를 달리던 바니가 갑자기 차도로 뛰어드는 순간, 나는 그 길 한쪽을 막고 함께 달리는 '민폐 마라토너'가 되어 있었다.


"바니야~!"

목이 터져라 불러도, 눈물로 외쳐도, 바니는 힐끔 뒤돌아볼 뿐 더 힘차게 달려 나갔다.


'저러다 차에 치이면 어쩌지...' 그 순간 도로 위의 차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보다, 바니를 살려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


한참을 달리던 중, 저 멀리 반대편에서 택시 한 대가 경적을 울리며 상향등을 번쩍였다. 바니가 이미 차선을 넘어 반대편을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찔한 순간, 경적 소리에 놀란 바니가 다시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나는 목이 메어 다시 한번 외쳤다.


"바니야~!"

눈물 콧물에 목소리마저 흐려졌지만, 이대로 우리의 마지막 날이 될 수는 없었다.


그때였다. 한 가게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두 남자가 소리쳤다.

"강아지 잡아드릴까요?"


나는 간절하게 외쳤다.

"네! 제발 잡아주세요!"


다행히 바니는 곧장 붙잡혔다. 귀여운 눈망울로, 신나던 놀이가 끝난 게 아쉽다는 듯 꼬리를 살랑거리며 웃고 있었다. 나와는 너무도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나는 두 분께 거듭 감사 인사를 전한 뒤, 바니를 꼭 끌어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짐했다. 다시는 목줄을 놓지 않겠다고. 그 굳은 마음 끝에 결정한 곳이 바로 애견 훈련소였다.


친구들과 뛰놀고 교육을 받으며 씩씩하게 돌아오길 바라며, 바니는 8주간의 훈련소 생활을 시작했다.



막상 보내고 난 뒤, 집에서 8주 동안 울었던 이야기는 바니에게 차마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아들을 군대에 보낸 엄마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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