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키우는 중
그날은 늦게 집에 들어왔다.
평소라면 1층에서 발소리를 듣고 가장 먼저 달려와야 할 바니가 보이지 않았다.
조금 이상하다 싶어 2층으로 올라가니, 침대 위에 누운 바니가 끄응— 하고 잠꼬대하듯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옆엔 루피가 가만히 누워서 바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귀여운 내 새끼들, 같이 자고 있었구나.’
그렇게 생각한 건 잠시였다.
바니의 몸을 안아 올리자, 축 늘어진 몸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고, 입가에는 하얀 거품이 번져 있었다.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느낌, 나도 같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급히 바니를 안고 뛰어나와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남자친구가 차를 몰아주었고, 나는 뒷좌석에서 바니를 주무르며 이름을 불렀다.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지만, 마냥 정신줄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병원에 도착하기 전, 다행히 바니는 서서히 의식을 되찾았다.
병원에 도착했을 땐 언제 그랬냐는 듯 꼬리를 흔들며 활발한 모습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일시적인 증상일 수 있으니 당장은 지켜보자고 했다. 특별한 약이나 주사도 필요 없다는 말에, 안도와 허탈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엔 여전히 불안이 남아 있었다.
그로부터 한 달쯤 지났을까.
새벽, 잠결에 다시 그 소리를 들었다.
이번엔 훨씬 격렬했다.
바니는 옆으로 쓰러지며 다리를 뻣뻣하게 뻗었고, 거품을 문 채 온몸을 덜덜 떨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바니가 다치지 않게 꼭 끌어안은 채 발작이 지나기만 기다렸다.
2, 3분 남짓이었을까.
하지만 내겐 몇 시간이 흐른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
발작이 멈춘 뒤 바니는 고개를 몇 번 흔들더니,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내 옆에서 발랄하게 움직였다.
그 모습이 기적 같으면서도, 또다시 찾아올지 모를 순간이 두려워 견딜 수 없었다.
결국 100만 원이 훌쩍 넘는 검사를 진행했고, ‘특발성 발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원인은 알 수 없고, 다만 약으로 조절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그날부터 바니는 하루 두 번, 열두 시간마다 약을 먹는 아이가 되었다. 작은 알약을 손바닥에 올려놓을 때마다, 이제는 조금 더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존재가 되었음을 실감했다.
불안도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단단해졌다.
바니가 어떤 모습이든, 이 아이는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내 새끼니까.
그 사실은 어떤 이름의 진단으로도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