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아니고, 여우일지도.
심바의 중성화 수술을 앞두고 며칠 동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성묘가 되기 전, 여섯 달쯤에 해주는 게 좋다고는 하지만 그보다 먼저, 심바가 잡혀줘야만 했다.
전에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에 데려가려다 혈투 끝에 담요로 감싸 겨우 차에 태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날 이후로는 접종도 두어 번밖에 하지 못했다. 쪼끄만 것이 어쩜 그렇게 날렵하고 까칠할까.
이건 그냥 고양이가 아니라, 여우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했다.
문득 이 집의 나머지 식구들은 우리를 어떻게 보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나와 심바가 톰과 제리처럼 하루를 보내는 풍경을. 루피는 늘 묵묵히 바라만 볼 뿐이다. 그러다 심바의 뒷목을 살짝 물어 정해진 자리로 옮겨 놓는다. 심바는 그런 루피를 거칠게 피하려 하면서도, 결국은 그 곁에서 몸을 말고 눕는다. 그 모습에서 알 수 없는 안심 같은 것이 느껴졌다.
며칠 전, 앞집 캣맘 언니가 저렴하게 수술을 해주는 병원을 소개해줬다. 요즘처럼 병원비에 한숨이 늘어가는 시기에 정말 고마운 소식이었다.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키운다.' 그 말이 이렇게 실감 날 줄이야.
심바는 잡을 수 없어서 혼자 병원에 가 일정을 잡았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네요." 의사가 웃으며 말했다. 대부분 고양이를 직접 데리고 온다고. 나는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 "저희 집 고양이가… 좀 잡기가 어려워서요."
사실인데도, 왠지 민망했다.
그리고 드디어 수술 당일 아침.
심바는 이미 눈치챘는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뛰어다녔다. 복층의 높은 천장으로 올라가면 하루 종일 내려오지 않는 그 녀석.
검색창에 '겁 많은 고양이 병원 데려가기'를 쳐봐도, 뾰족한 답은 없다.
"고양이 탐정이라도 부를까." 농담처럼 중얼거리며 침대 귀퉁이에 앉았다. 잠시 졸다가 눈을 뜨자, 루피가 심바를 품에 안고 그루밍을 해주고 있었다. 그 순간, 마음이 조금 풀렸다.
오늘도 역시 나의 수호천사, 루피.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담요를 손에 쥐었다. 순식간에 심바를 보쌈하듯 감싸 안아 켄넬 안으로 밀어 넣었다.
"미아옹, 미아옹." 서럽게 울어대는 소리가 좁은 차 안을 메웠다. 도망가면 어쩌지, 병원에서 소란을 피우면 어쩌지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진료실에 들어서자, 선생님이 말했다.
"아가를 꺼내주세요." 순간 손이 굳었다.
"이 친구가 도망갈 수도 있어요." 말끝이 떨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심바는 조용했다. 병원에 들어온 뒤로 단 한 번도 울지 않았다.
"어머, 얌전한데요?" 선생님이 웃었다. 나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래, 이 녀석. 정말 여우임이 틀림없다. 지난번엔 그렇게 난리를 치더니.
3kg도 안 되는 꼬맹이를 병원에 맡기고 나오면서, 유리문 너머로 켄넬을 힐끗 바라봤다. '괜찮을까.' 그 한마디가 마음속을 천천히 맴돌았다. 그 말은, 언제나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네 시간쯤 지났을까,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단다. 나는 바로 차를 몰고 달려갔다.
심바는 마취가 덜 풀렸는지, 조용했다.
차 안에 나 혼자 있는 것처럼 고요했다.
집에 도착해 켄넬 문을 열자, 환묘복을 입은 심바가 몸을 던지듯 뛰쳐나왔다. 몸이 어색한지 캣타워를 올라가려다 실패했다. 그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어딘가 귀여웠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너무 날뛰면 상처가 벌어질 수도 있으니까.
그날 이후 며칠 동안, 나는 매일 붕대를 갈고 옷을 벗겼다가 다시 입히는 일을 반복했다.
"다 너 좋으라고 하는 거야." 내가 중얼거리면, 심바는 낮고 굵은 '고오오오오' 소리로 기분 나쁨을 표현했다.
작은 몸의 격렬한 저항은 늘 나의 힘으로 제압되었지만, 지치는 것은 언제나 나였다.
다섯 날쯤 지나자, 심바는 조금씩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환묘복을 입은 채 점프도 하고, 장난도 치고. 날다람쥐까지는 아니어도, 꽤나 쥐같이 빠르게.
수술은 잘 끝났고, 상처도 아물었다. 이제 남은 건 조금 더 사람을 믿고, 세상과 가까워지는 일뿐이다.
그날 밤, 루피는 조용히 심바 곁에 누워 있었다. 그 모습에 묘한 안도감이 밀려왔다. 심바의 작은 몸이 드디어 평온을 찾았다는 것, 그리고 나 역시 하루의 불안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는 것. 어쩌면 가장 겁이 많은 존재들만이 서로에게 이런 깊은 안정을 줄 수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런 심바를 바라보며 아주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조금 덜 겁내고, 조금 더 따뜻한 고양이로 자라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