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Ep15. 나의 결혼이야기

계획에 없던, 가장 따뜻한 결혼식

by 베리바니


결혼식날 아침.

갑자기 신랑이 말했다.

“바니도 결혼식에 데려가자.”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갑자기 왜?”


그는 웃었다.

“누나도 강아지를 데리고 온대.”


경쟁심이었을까.

아니면 정말, 오랜만에 인사를 시켜주고 싶었던 걸까.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갑작스러운 동행이 결정되었다.


식장으로 가는 차 안, 바니는 내 드레스 자락 위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간식을 먹고, 크게 하품을 하고, 가끔 고개를 살짝 기대기도 했다.







그 평화로운 모습.

그것이 어쩐지 위로가 되었다.


식장에 도착하자 모든 것이 정신없이 흘러갔다.


친구에게 바니를 맡겨두었는데,

사진작가님이 바니를 보며 물었다.

“이 친구가 화동인가요?”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냥 특별 손님이에요.”


작가님이 말했다.

“그럼 화동을 시켜보세요.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은데.”


그렇게 바니는 예고 없이,

정말 예고 없이 화동이 되었다.

연습 한 번 없이.







작은 발로 버진로드를 걸어 반지를 목에 걸고 들어왔다.

길을 잠시 헤매기도 했다.

식장은 잠시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 순간, 나는 울컥했다.

바니가 반지를 물고 걸어오는 그 짧은 시간이

이상하리만큼 길게 느껴졌다.


그 장면이 없었다면,

나는 조금 더 긴장된 얼굴로 서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니가 내 앞으로 걸어왔고,

그 사실 하나로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사실 결혼식에 큰 로망이 없었다.

그저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고,

주목받는 자리가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리허설도, 특별한 계획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아무 계획 없었던 결혼식이

오히려 내 인생에서 가장 따뜻하고 특별한 기억이 되었다.










식이 끝난 뒤.

잔디 위에는 바니의 작은 발자국이 남은 것만 같았다.

그 옆으로 내 드레스 자락이 스쳐 지나간 희미한 흔적.

햇살이 서서히 기울어 식장안이 느리게 붉어졌다.

그 장면이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았다.



다음 날,

나는 신혼여행을 떠났다.


루피와 심바, 그리고 바니를 부모님께 맡겨둔 채

조금은 안도한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창밖의 구름은 느리게 흘렀다.

그 사이로 스치는 햇살이 눈부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없는 동안, 저 셋은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멀어지는 도시를 내려다보며

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 작은 떨림을 느꼈다.


앞으로의 삶도,

이 작고 따뜻한 존재들과 함께 얽혀간다는 사실이

참 뭉클하고 감사했다.


이제 우리 넷이 아닌,

다섯의 이야기가 시작되려 한다.

어쩐지, 그 이야기는 더 부드럽고, 더 다정할 것만 같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