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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 첫 번째 크리스마스

다섯의 겨울

by 베리바니


이사를 마친 지 한 달 남짓. 겨울이 문턱을 조용히 넘었다.


거실 한구석에는 아직 풀지 못한 상자가 그대로 쌓여 있었다. 묘하게 어수선한 풍경이었지만, 그 어수선함이 오히려 안도감을 주었다. 우리가 함께 나눈 시간들이 빠짐없이 포장되어 이곳까지 따라왔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루피는 이 집의 아침을 가장 먼저 맞이한 애정 어린 주인 같았다. 베란다 앞에서 등 뒤로 햇살을 받으며 눈을 가늘게 뜨고 세상을 응시했다. 마치 세상을 통찰하는 현자처럼.


바니는 변함없이 들썩거렸다. 삑삑이 장난감을 물고 달리며, 하루를 생동감으로 채우는, 움직이는 작은 열정 덩어리였다.










심바는 멀찍이서 그 모든 소동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두려움이었겠지만, 이제는 내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조그만 귀가 쫑긋 반응했다. 완전히 마음을 열어준 건 아닐지라도, 같은 지붕 아래서 숨을 쉰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만족했다.









그 주에 우리는 작은 크리스마스트리를 들여놓았다. 전구를 감고, 소박한 장식 몇 개를 달았다.


예전 집에서 보기 좋게 실패했던 기억 때문에, 크리스마스는 오랫동안 나에게 사치처럼 느껴지는 행사였다. 하지만 결혼 후 처음 맞이하는 겨울. '이번 한 번만 더 실수해 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 보기로 했다.








루피가 장식을 건드려 트리가 기울어지면, 바니는 그 앞에서 꼬리를 프로펠러처럼 정신없이 흔들었다. 그 소란에 심바는 놀라 소파 밑으로 황급히 몸을 숨겼다.









나는 그 소란스러운 어지러움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서로 다른 리듬과 습관을 가진 세 존재가 하나의 공간에서 섞여, 저마다의 온도를 만들어내는 집. 그 공기가 좋았다.







밤이 깊어갔다. 창밖으로는 조용한 눈이 내려앉았다. 도시는 차갑게 식어갔지만, 집 안의 공기는 어딘지 모르게 포근했다.


나는 베란다 불을 끄고 앉아 눈 내리는 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보려 했다. 그러다 무심코 거실 쪽을 바라보았다.


바니는 트리 아래에 웅크려 깊이 잠들어 있었고, 루피는 그 옆에 꼬리를 가지런히 말고 있었다. 그리고 심바는 그 두 몸 사이의 가장 따뜻한 틈으로 파고들어, 조심스럽게 몸을 둥글게 말고 잠이 들어 있었다.


나는 그 광경을 숨죽이며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작은 온기들이 서로를 찾아, 조용히 제자리를 이루고 있는 모습.


트리의 전구 불빛이 벽을 타고 은은하게 흘러내려, 세 친구의 등에 고요하게 내려앉았다. 한 폭의 그림처럼, 말없이 다정하고 따뜻한 겨울밤이었다.


이 집을, 그리고 우리의 첫 번째 겨울을.

나는 이렇게 기억하고 싶다.


따뜻한 사랑이 조용히, 그러나 깊게 흐르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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