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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 루피의 겨울감기

재채기와 콧물 전쟁 - 아프냐 나도 아프다

by 베리바니


새집에 완전히 익숙해질 무렵, 루피가 작은 재채기를 시작했다.


“에취—”

소리는 가벼웠지만, 튀어 나가는 노란 콧물이 사방으로 번졌다. 나는 순간적으로 불쾌함을 숨기지 못하고 무심코 말했다.


“아이, 루피야… 왜 이러니.”

까슬하게 내뱉은 말이 곧바로 후회로 밀려왔다.

루피는 그런 내 표정을 살피듯 잠시 동작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 말 없이.

그저 평소보다 눈동자가 조금 더 동그랗게 커져 있었을 뿐.


나는 곧바로 루피를 안고 병원으로 향했다.

불안 때문인지, 아니면 차가운 바깥공기 때문인지 분간할 수 없었지만 품속에서 작은 몸이 고르게 떨렸다.


“허피스 증상 같아요. 약을 좀 꾸준히 먹여보죠”

주사 한 대를 맞고 약을 처방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는데, 약을 먹고 하루 지나니

컨디션이 돌아왔었다. 그래서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루피는 약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필건으로 먹여주면 거부 한 번 없이 꼴깍 삼켜주었다.

고양이 같지 않은 고양이.

나를 믿는다고 조용히 말해주는 듯한 친구였다.


기운이 떨어진 날이면 루피는 긴 잠을 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언제 눈을 떠도 루피는 항상 내 옆자리에 있었다.








사실, 루피가 아픈 날들조차

나는 바니의 소란스러운 활동에 조금 더 신경이 쓰였다.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는 심리적 압박으로 인해 언제나 루피는 후 순위로 밀려있었다.


루피는 언제나 조용하고 스스로를 돌보는 아이처럼 보였기 때문에. 나는 루피의 그 고요함을 무심히 받아들였던 것이다.


내가 잠깐이라도 몸을 일으키려 하면, '어디 가?' 하고 작게 묻듯 고개를 드는 친구.


“루피야.”

내가 이름을 부르면

단 한 번도 빠짐없이 늘 대답해 주었다.


미지근한 기운이 방 안에 천천히 퍼져나갔다.


아픈 날조차 다정한 고양이.

기운을 되찾으면 조용히 내 뒤를 따라 걷던 고양이.


“괜찮아?”

내가 묻는 모든 순간

루피는 이미 내 곁에 와 있었다.


그것이 루피가 나에게 건네는, 루피만의 사랑방식이었을까?

내가 미처 전부 받아 안지 못한 채 지나쳤던,

조용하고 견고한 사랑.


세상 누구보다 든든한 내편, 루피.


부디, 그 작은 몸 어디도 아프지 않기를-

그저 바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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