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채기와 콧물 전쟁 - 아프냐 나도 아프다
새집에 완전히 익숙해질 무렵, 루피가 작은 재채기를 시작했다.
“에취—”
소리는 가벼웠지만, 튀어 나가는 노란 콧물이 사방으로 번졌다. 나는 순간적으로 불쾌함을 숨기지 못하고 무심코 말했다.
“아이, 루피야… 왜 이러니.”
까슬하게 내뱉은 말이 곧바로 후회로 밀려왔다.
루피는 그런 내 표정을 살피듯 잠시 동작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 말 없이.
그저 평소보다 눈동자가 조금 더 동그랗게 커져 있었을 뿐.
나는 곧바로 루피를 안고 병원으로 향했다.
불안 때문인지, 아니면 차가운 바깥공기 때문인지 분간할 수 없었지만 품속에서 작은 몸이 고르게 떨렸다.
“허피스 증상 같아요. 약을 좀 꾸준히 먹여보죠”
주사 한 대를 맞고 약을 처방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는데, 약을 먹고 하루 지나니
컨디션이 돌아왔었다. 그래서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루피는 약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필건으로 먹여주면 거부 한 번 없이 꼴깍 삼켜주었다.
고양이 같지 않은 고양이.
나를 믿는다고 조용히 말해주는 듯한 친구였다.
기운이 떨어진 날이면 루피는 긴 잠을 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언제 눈을 떠도 루피는 항상 내 옆자리에 있었다.
사실, 루피가 아픈 날들조차
나는 바니의 소란스러운 활동에 조금 더 신경이 쓰였다.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는 심리적 압박으로 인해 언제나 루피는 후 순위로 밀려있었다.
루피는 언제나 조용하고 스스로를 돌보는 아이처럼 보였기 때문에. 나는 루피의 그 고요함을 무심히 받아들였던 것이다.
내가 잠깐이라도 몸을 일으키려 하면, '어디 가?' 하고 작게 묻듯 고개를 드는 친구.
“루피야.”
내가 이름을 부르면
단 한 번도 빠짐없이 늘 대답해 주었다.
미지근한 기운이 방 안에 천천히 퍼져나갔다.
아픈 날조차 다정한 고양이.
기운을 되찾으면 조용히 내 뒤를 따라 걷던 고양이.
“괜찮아?”
내가 묻는 모든 순간
루피는 이미 내 곁에 와 있었다.
그것이 루피가 나에게 건네는, 루피만의 사랑방식이었을까?
내가 미처 전부 받아 안지 못한 채 지나쳤던,
조용하고 견고한 사랑.
세상 누구보다 든든한 내편, 루피.
부디, 그 작은 몸 어디도 아프지 않기를-
그저 바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