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긍정적인 의도
아침에 여차저차하여-_- 화장실 바닥을 샤워기로 씻다가 화장실 문 앞에 물이 한 웅덩이 생겼다.
부지런한 딸내미는 그걸 그냥 두지 못하고 거실에 있는 크리넥스 티슈를 뽑아다가 닦고 있었다.
웅덩이가 된 물이 티슈 한 장으로 어림없었다.
"휴지 더 뽑아와야겠다."
"아냐아냐, 하지마. 이따가 엄마가 닦을게. 그냥 둬. 하지마."
타이트하게 돌아가는 아침 등원 준비 시간에 아까운 티슈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있으니 하지마 소리가 다다다다 튀어나왔다.
"왜요?"
딸내미 목소리가 약간 서글프다.
"유치원 갈 준비도 해야 하고, 물이 바닥에 너무 많아. 이걸 좋은 휴지로 닦기는 아까워. 엄마가 이따가 닦을게."
뭐... 고집을 부리거나 짜증을 내진 않았지만
약간 입이 나온 딸이 베란다 쪽을 보며 고개를 돌리고 서서 말 없이 한동안 서있었다.
그러더니 잠시 후 말한다. 딱히 화를 내는 것도 아니고 그냥 조금 우울한 목소리로.
"엄마는 나한테 하지 말라고 하는게 너무 많아요."
음......
나는 니가 뭘 하려고 하면 꽤 허용해주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ㅋㅋ
내가 힘들게 허용한 것들보다도, 하고싶은데 못 한 것들이 더 가슴에 남은거겠지.
나는 니가 매일 놀이터에 가자고 해도 폭염주의보 속에서도 놀이터에 함께 가서 땀 줄줄 흘리고
그네를 뒤집어지기 직전까지 세게 밀어달라고 해도 저러면서 운동신경이 발달하는거겠지 하면서 세게 밀어주고
요리를 하고싶다고 하면 할 수 있도록 일거리를 주고
청소도 하고싶다 하면 밀대걸레를 넘겨주고
분리수거를 하고싶다 하면 함께 나가서 분리수거를 하고...
그런건 생각 안 하고, 못 했던 것만 가슴에 남는건가.
위험하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면 웬만큼 다 할 수 있게 해주자...라는 신조가 있었는데
아침엔 그저 크리넥스 티슈 몇장이 아까워서, 유치원 버스를 놓칠까봐...라고는 하지만 그렇게까지 촉박한건 아니었는데
괜히 그냥 내 마음대로 아이의 긍정적인 의도에서 나온 행동을 제지했다.
결론은 그러니까...
엄마가 잘못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