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마음을 알긴 뭘 알아

아이에게 버럭, 그 후

by 육부인

6월, 어느 비오던 날의 일기


아이의 친구들과 친구엄마들 앞에서 꽥꽥거린 나 자신에게도 화가 나고, 날 그렇게 만드는 이녀석한테도 화가 나고, 그 마음이 아직 안 풀린 오후에 나를 또 열받게 하는 요구를 늘어놓는 상황에 도무지 감정이 제어가 되지 않아 펑펑 울어버렸다.

울고있는 내 시야에 들어오는 오늘의 유치원 미술활동 아빠엄마 그리기.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까지 세심하게 표현해준 딸...


혼자서 가방을 정리하고 와서는

"엄마 마음은 제가 다 알아요..."

하고 나직하게 말하며 위로한다.


어이없어...... 나쁜뇬...아으...







그 날, 비오는데 집을 나서다가 갑자기 자전거를 타고 등원하고싶다고...

sticker sticker

비 오고, 동생 병원도 가야 하니 이따 끝나고 유치원으로 자전거 가져가겠다 해도 말 안듣고 생떼 시작.

이제 그 얘긴 그만. 끊고 갔더니 유치원버스 앞에서 빗길에 주저앉고 소리소리 지르고...ㅎㅎ


결국 유치원 버스를 그냥 보내고 같은 유치원 친구 엄마가 잠시 큰아이를 봐주는 사이, 작은애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왔다.

기침하는 둘째를 데리고 간 이비인후과에서 대기하는 동안 사람들도 많은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져서 혼났다.

오전 내내 기분이 안 좋았는데 하원하고 또 이래라했다가 아니다 저래라 하면서 부려먹는 큰애 앞에서 아까 집어넣은 눈물이 다시 한번 터졌었다.

엄마의 울음에 당황했을 녀석이 갑자기 혼자 책가방 속 식판을 스스로 꺼내서 씽크대에 넣고 장난감도 정리하더니 내옆에 와서 저런 소릴 했다.

가까운 과거에 길에서 또 울고불고 난리났을때 친구엄마가 저렇게 달래준 적이 있었는데 그게 위로가 됐었는지.. 비슷한 소릴 나한테 해주는거다.


길에서 소리 지르고, 아이 앞에서 힘들다고 감정 제어 못 하고 울고 앉았는 못난 엄마라니. 그래도 딸의 다독임에 마음이 누그러지고 나도 한 뼘 더 큰다.


그날은 나도 떼를 쓰고싶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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