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키가 괜찮지 않아졌다

마음의 성장주사

by 꿈꾸는루다


괜찮지 않다


2023년 3학년 2학기 방학을 일주일 앞두고 아들의 담임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이유는 아들이 친구를 막대기로 쳤다는 것이었다.

자세한 정황은 축구공을 차고 있는 친구들이 있었고 공이 저만치 굴러갈 때 그 공을 주워주고 싶었던 아들은

친구들이 공을 만지지 말라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아들은 공을 만졌고 친구들은 어깨를 밀치면서 놀렸다.

아들은 화를 참지 못하고 막대기로 어깨를 밀며 놀린 친구를 막대기로 쳤다.

학교는 먼저 놀리고 밀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결과론적으로 아들이 그 아이를 막대기로 친 것이 중요하다.

결국 아이들이 아들을 놀리고 밀치는 것보다 막대기로 친 것이 더 큰일이 되어버린다.

선생님은 각자 훈육을 했으나 집에서도 한번 더 살펴봐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집에 돌아온 아이에게 왜 그랬는지 물었다.


"공 가져다주려고 그런 건데 공도 못 만지게 하고 작다고 놀렸어''


알고 있었다. 우리 아들은 반에서 제일 작다. 어쩌면 학교에서 제일 작을 것이다.

1.2학년때도 작았다. 체구가 작다 보니 힘도 작아서 체육활동 할 때 늘 뒤처지고 단체게임에서 제일 먼저 뒤처지는 남자아이였다.

그리고 또래보다 아직 생각도 어리다 보니 반 친구들은 아이를 동생쯤으로 여기는 듯했다.



그동안에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시중에 모든 키 크는 영양제를 먹였고 합기도, 농구, 축구, 수영을 시키고 일찍 재우고 매일매일 소고기를 먹였다. 하지만 키는 정말 제자리인 듯 크지 않았다.

혹시 호르몬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검사도 했지만 호르몬에도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그래서 아이의 키로 인해 아이의 자존감이 무너지지 않게 하려고 관련 책들을 읽으면서 아이들의 자존감을 잃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때 만났던 책이 "키가 작아도 괜찮아"였다.

주인공 아이가 키가 작아서 늘 속상하고 자신감 없다가 자신보다 키가 더 작지만 자신감 있는 친구를 만나면서 마음의 변화를 겪게 되는 이야기였다.

아이를 위해 읽어주던 그 책을 같이 읽으면서 울컥한 건 나 자신이었고 아이보다 오히려 내가 괜찮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으며 아이에게 항상 이야기했다.


"다른 친구들보다 천천히 오래 늦게 클 거야, 아마 나중에는 친구들보다 더 클걸? 아빠가 그렇게 늦게 컸데."



지인들이 자녀에게 키성장 주사를 맞힐 때 나는 다짐했다. 과학의 힘을 빌리지 않겠다고 키가 문제가 아니라 자신감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매번 문제가 생길 때마다 돈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부작용이 먼저 생각나는 키 크는 주사는 맞히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다짐했다. 현실적인 이유로는 한 달에 적게는 50만 원 성장에 따라 100만 원이 넘는 주사를 월급쟁이 형편에 맞히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얼마 뒤에 아들은 막대기 사건 이후 학교 상담선생님과 이야기하던 중에 그동안 내가 알고 있지 못한 사실이 있었다. 아들은 반에 친구가 없었다. 남자아이들 속에서 아들은 항상 약한 아이였고 놀리기 안성맞춤인 타격감이 좋은 아이였다. 선생님의 활동 수업 외 어울려 노는 친구들이 없어서 아이는 상담선생님께 외로웠고 빨리 4학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놀리는 아이들 속에는 옆집 아이도 있었다.


"다른 친구들보다 천천히 오래 늦게 클 거야"


"너는 키가 작아도 친구들을 배려하고 친구말도 잘 들어주는 멋진 아이야''


''친구하고 싸우지 마. 물건으로 친구 때리거나 하면 안 되는 거야''


이런 말들은 아들 귀에 들어가지 않았다. 아니 이런 말을 마음에서 떠올리기엔 아이는 어렸다.

학교를 다니는 것은 아들이었고 6교시까지 그 속에서 생활하는 것도 내가 아닌 아들이다. 힘이 약해서 친구들이 놀리는 것에 대한 방어로 아이는 막대기를 들었던 것이었다.



얼마 후 성장주사를 맞히고 있는 남편의 친구를 만났고 그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나중에 클 키 지금 당겨서 키우는 것도 알고,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거 알지만 나는 지금 키 키워야겠어요.

어릴 때 자존감, 자신감이 어른되서도 영향을 미치고 어릴 때 자존감, 자신감은 솔직히 키도 있어요. 저는 그래서 지금 늦지 않게 주사 맞혀야겠어요. 큰 아이가 어찌했던 지금 나보다 크니까 나는 잘 맞혔다고 생각해요"


그 말을 듣고 주사에 회의적인 남편은 자신도 키가 작았던 초, 중등생일 때는 힘들었던 거 같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아이들과 평균치의 키가 맞춰져도 초, 중등생일 때의 자신감 없었던 그 느낌이 없어지지 않고 기억난다고 그래서 아들은 적어도 중학생 때 그런 기분 느끼게 해주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 마음을 바꾸었다.


주사를 맞힐 것인지 아닌 지 거의 5년을 고민을 했다. 유아기 때는 아이가 작더라도 다른 아이들과 비슷비슷했고 1.2학년때도 그랬지만 3학년부터 현격히 차이가 나기 시작했고 아이는 외로웠다.

키가 작은 모든 아이들이 자신감이 없거나 자존감이 낮은 건 아니다.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많다는 것도 알고 있고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중에서도 자신감 넘치는 아이들이 많다. 내 아들이 키가 작아도 당차게 할 말 하는 그런 아이였으면 좋을 것 같아서 여러 가지 것들을 했지만 아들은 기질적으로 말 한마디에 상처받고 그리고 회복탄력성도 느렸다. 다친 마음을 빨리 회복하는 법을 배우기에도 자신을 단단하게 하기에도 아이는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게 더 중요한 아이이다.



나도 한때는 부모 욕심에 아이에게 성장주사 맞히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게 내 일이 되고 나니 다른 부모들도 결코 쉽게 한 결정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어떤 부모도 자식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어떤 부모도 자식에게 일부러 고통을 주지 않는다. 절대 주사는 맞히지 않겠다는 단단했던 마음이 그간 내가 알지 못했던 일련의 아이의 일들로 쉽게 부서질 수 있는 그런 마음이었다. 어렵게 결정한 선택이니 만큼 나중에 좋은 결과로 마무리되기를 바랄 뿐이다. 엄마가 성장해서 아이가 성장하는지 아니면 아이가 성장해서 엄마가 성장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부모에게도 좀 더 마음을 단단하게 하는 주사도 있으면 좋겠다.

내가 맞아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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