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나를 찾기 위한 두 번째 여행
꼬물이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가르쳐주며 나를 성장하게 해 준다. 2주에 한 번 주말 시간을 함께하다 보니, 매번 어떤 특별한 경험을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함께하는 시간이 적은 만큼, 만날 때마다 엄마와의 시간이 특별하게 기억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그런데 꼬물이는 점점 클수록 특별한 경험을 하는 것보다 엄마와 함께 한다는 것 자체를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나면서 내 역할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아 몸은 편해지는데, 가끔은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꼬물아, 조금만 천천히 자라줘.” 나는 매번 귀에다 대고 속삭인다. 꼬물꼬물 귀여울 때는 경험이 없던 터라, 평일에 일하느라 피곤한 몸을 이끌고 주말 내내 육아의 시간을 가지니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저 함께 놀아주기만 하면 되는데, 막상 꼬물이를 만나면 마음먹은 것 100%를 다 하지 못한다. 이렇게 심신이 피곤한데 워킹맘들은 어떻게 이걸 다 해내는지 정말 대단하다.
우리 꼬물이는 2주 내내 엄마와의 시간을 얼마나 기대하고 기다릴까? 하루 종일 놀아줘도 잠깐 설거지하고 쉬고 싶어도 “놀아줘, 놀아줘” 노래를 부르면 못 이기는 체 에너지를 풀가동하게 된다. 매일 일상을 함께하는 엄마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줘도 모자란다고 느끼지만, 체력이 달리는 나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그저 함께하면 되고 곁에 있으면 되는데, 그걸 못해줘서 매일 미안하고 속상한 마음이 든다.
요즘은 꼬물이가 끊임없이 애정 표현을 한다. “엄마랑 헤어지기 싫어.”
어릴 때는 그저 울기만 해서 잘 몰랐는데, 이제는 정확히 표현해 준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어.”
“계속 같이 있고 싶어.”
애정 표현이 한편으로는 너무 속상하지만 이렇게 마음을 표현해 주어서 고맙다는 생각도 든다.
“엄마가 꼬물이 속상하게 해서 미안해.”
“엄마가 왜 미안해? 다 어쩔 수 없는 게 있잖아.”
대답이 제법 어른스럽다. 아직 어려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본 적은 없지만, 꼬물이는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아직 꼬꼬마인데 이렇게 말할 때는 정말 기특하다. 얼마나 엄마를 생각해 주는지, 함께 있을 때마다 나를 성장하게 해 준다. 조금 더 크면 공부하랴 친구들 만나랴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울컥해지기도 한다.
“엄마는 왜 이렇게 예뻐?”
“엄마는 친구 같아서 너무 좋아.”
“엄마 아~ 해봐.” (음식을 떠먹여 준다.)
꼬물이가 옆에서 재잘재잘해줄 때 너무 행복하다.
“엄마가 늙지 않았으면 좋겠어.” 어느 날, 꼬물이는 이렇게 말했다.
“왜? 엄마가 나이 들어 보여?”라고 물으니,
“그게 아니라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것 같아. 엄마는 저번보다 더 예뻐졌어. 내 친구들 엄마 중에 엄마가 제일 예뻐.”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우리 꼬물이는 늘 이렇게 예쁜 말만 해준다. 거울도 제대로 못 보는 나는 내 모습이 한없이 초라하기만 한데, 우리 딸은 어쩜 이렇게 나를 위로하는 법을 아는 걸까? 꼬물이를 만나기 전날 밤에는 무너진 내 모습을 절대 들키지 말아야지 다짐하곤 한다. 마음이 힘들어도 우리 공주를 만나는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너야.”라는 느낌을 전해주고 싶다. 내게 남은 사랑을 듬뿍 나누어 주고 싶다. 그런 내 마음이 오롯이 전해진 걸까?
어떤 날은 공주가 내게 “난 우리 가족을 제일 사랑해.”라고 말해주었다. 모른 척하며 “우리 가족은 누가 있지?”라고 물으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당연히 엄마하고 아빠가 우리 가족이지.”라고 대답했다. 그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우리 꼬물이다. 그래서 더 무너지지 않으려고 애쓴다. 내 모습을 보고 자랄 우리 공주를 위해 내가 바로 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우리 공주를 소중히 대하듯 나 자신도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나를 성찰하고 돌보는 법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이제는 괜찮은 척 애쓰지 않아도 된다. 마음이 생각보다 많이 치유되고 있다. 소중히 돌본 내 마음은 앞으로 더 특별해질 것이다. 나를 소중히 여기는 이 마음이 단단하고 따뜻해져서 언젠가 우리 가족에게도 온전히 전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