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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묻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소로우의 문장을 따라 걷는 고요한 사유의 시간

by 꿈꾸는 나비


“I went to the woods because I wished to live deliberately, to front only the essential facts of life… and not, when I came to die, discover that I had not lived.”

"If one advances confidently in the direction of his dreams, and endeavors to live the life which he has imagined, he will meet with a success unexpected in common hours."

"나는 의도적으로 살기 위해 숲으로 갔다. 삶의 본질만을 마주하고 내가 죽음에 이를 때, 내가 살아보지도 못한 삶이었다는 것을 깨닫지 않기 위해서였다."

"누군가가 자신이 꿈꾸는 삶의 방향으로 담대히 나아간다면 그는 예상치 못한 성공을 얻게 될 것이다. "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월든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지금 나는 어디쯤 와 있는 걸까?
이 길은 정말 내가 원하는 길일까?
나는 나답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


질문은 언제나 예고 없이 밀려온다.
살다 보면 내 안에서 갑자기 이런 의문들이 고개를 든다.


모두가 자기 길을 내며 앞서 나가는 것처럼 보일 때,
나는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들판 한가운데 홀로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바람조차 불지 않는 고요 속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어 그저 멈춰 선 채로.


혼란이 쌓일수록 말수는 줄었고 나는 점점 더 깊은 고요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다 아주 조용한 침묵 속에서 조금씩 나에게 질문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마치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살짝 흔들리는 작은 풀꽃에 바람이 스쳐 지나가듯이.


"지금, 정말 네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니?"
"너는 너 자신을 얼마나 알고 있니?"


나는 대답하지 못한 채, 그 질문들만 가슴에 품고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았다.


그동안 놓쳐버린 것들, 애써 외면해온 마음의 조각들,

그 하나하나를 다시 꺼내어 들여다보았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얼마나 자주 방향을 틀게 될까.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사소한 유혹에, 혹은 실수처럼 지나간 호기심에 휩쓸려
정작 내가 가고 싶은 길을 잊어버리게 되는 순간들.


나 역시 그랬다.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길, 실패하지 않는 방법을 따르다 보니
언제부턴가 다른 사람의 시선에 기대어 걷고 있었다.


결국 어느 순간, 나는 길을 잃었다.

월든에서 "사람들은 대체로 조용한 절망 속에서 살아간다"고 소로우는 말한다.


그 문장을 필사하며 읽다가 나는 깨달았다.
나도 알지 못한 채 절망을 껴안고 있었던 시간들이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를 엄마라 부르기조차 두려웠던 시간 속에서 자꾸만 자격을 의심했고,
길을 잃고 있다고 생각했는데...그저 아직 나만의 길을 찾는 중이었을 뿐이라는 걸.


아이 곁에 항상 있어야 진짜 엄마인 걸까?
함께하지 못하는 시간은 사랑이 부족한 걸까?

그 질문들이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사랑은 여전히 가득했지만,

사랑하고 있음에도 죄책감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흔드는 순간들이 있었다.


나는 아이가 실패 없이 살기를 바랐다.

아프지 않기를, 외롭지 않기를, 속하지 못해 서럽지 않기를, 말을 삼키지 않기를.
무심한 말에 마음이 찢기지 않기를. 무엇보다, 자신을 미워하는 날이 없기를.


그 모든 바람이 결국은 나의 불안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이제는 알 수 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아이가 겪어야 할 아픔을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아픔을 어떻게 이겨낼지 함께 고민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나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나는 나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내 감정을 솔직하게 마주하고 있는 걸까?"
"지금 나는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을 살고 있을까, 아니면 익숙함에 안주하고 있는 걸까?"


그 질문들은 단순한 의문이 아니라, 내 삶의 방향을 붙들어주는 나침반이 되었다.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들이 내 안에서 울리기 시작하면서, 나는 조금씩 중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알게 됐다. 혼자 있는 시간이야말로 나를 더 깊이 사랑하게 만드는 시간이라는 걸.
고요 속에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걸.


월든에서 소로우는 의도적으로 살기 위해 숲으로 갔노라 말한다.
(I went to the woods because I wished to live deliberately.)

그가 숲으로 간 이유는 단 하나,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마주하기 위함이었다고.


그 문장을 따라 적으며 생각했다.
나 역시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매일 묻고 있다고.

그리고 그 질문들 덕분에 비로소 내 마음의 방향을 천천히 찾아가고 있다고.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대답을 누군가의 언어가 아닌, 자기만의 방식으로 찾아야 한다는 것.
그것이 월든을 읽고 필사하며 내가 가장 오래 붙잡게 된 문장의 의미였다.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가지려면 생각보다 훨씬 더 고단한 길을 걸어야 했다.
특히 혼자라고 느껴질 때는 더욱.


때로는 외로움이 마음을 잠식하고,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충동에 흔들리고,
하루하루를 버티는 일조차 힘겹게 느껴지는 순간들.


그럴수록 중심은 더 희미해지고, 자신은 더 작아지고.

하지만 결국 삶의 출발점은 언제나 ‘나 자신’이라는 걸 배웠다.

소로우는 다시 내게 속삭여 준다.
"모든 변화는 내면에서 시작된다."


결국 내가 흔들리지 않기 위해 붙잡아야 했던 건 세상의 기준이 아니라,
나 자신의 가장 조용한 목소리였다.


그 중심을 세우기 위해, 나는 오늘도 나에게 묻는다.


내가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건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가진 한 사람의 뒷모습이다.
말보다 오래 남는 건, 말없이 단단히 서 있는 모습이니까.



나비의 끄적임에 잠시 머물러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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