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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온 뜻밖의 휴가

by 꿈꾸는 나비


가끔 인생은,

정말 뜬금없이 작은 선물을 건네준다.


십수 년간 회사 다니면서 처음 겪은

‘기적의 사다리 타기’ 당첨이 바로 그랬다.


10월 10일.

긴 추석 연휴가 끝나고

덩그러니 하루만 남은 금요일 출근날.
이런 날은 은행만 바쁜 게 아니다.

병원, 관공서, 학원, 심지어 동네 가게까지

연휴 동안 밀린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든다.
게다가 금요일 특유의 분주함까지 겹치니

누구 하나 한숨 돌릴 틈이 없다.

이런 때에 “쉰다”는 건 언감생심,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

나 역시 그저 버티자 하는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전무님이 갑자기 말씀하셨다.
“사다리 타기 한 번 해볼까?

오늘 뽑아서 그날 쉬게 해 주자고.”

순간 사무실이 술렁였다.

십수 년 동안 이런 이벤트는 처음이었다.
‘설마 내가 될까?’ 하는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왜냐면,

나는 원래 당첨운이란 거랑 담쌓은 사람이었으니까.
로또는 늘 꽝, 응모 이벤트는 기껏해야 커피 쿠폰.
“100% 당첨”도 내 앞에선

예외가 되는 게 인생 공식이었다.

그래서 그냥 구경꾼 모드로 앉아 있었다.

번호 고르기 시간이 됐다.

차례가 오자 왠지 5번이 끌렸는데

앞사람이 먼저 외쳤다.
“5번!”
순간 아쉬워서 중얼거렸다.
“아, 그거 하려고 했는데…”
부장님이 웃으며 물으셨다.
“바꿀래? 네가 해.”
하지만 1초 만에 계산 끝.
혹시 내가 바꾸고 진짜 그 번호가 당첨되면?

평생 후회할 게 뻔했다.
그래서 쿨하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남은 번호 중에서 그냥 5번 옆자리인 6번을 골랐다.
별다른 의미도 없었다.

좋아하는 사람 옆자리에 앉듯 단순한 마음이었다.


드디어 사다리 타기 시작.
동료들이 손가락으로

“띠리리리리~” 효과음을 내며 줄을 따라가는데

나는 마지막 순서라 그저 구경만 하고 있었다.


“1번 꽝!”
“2번 꽝!”
“3번 꽝!”
“4번 꽝!”

심장이 두근거렸다.


혹시 5번일까?
그런데 5번도 꽝이었다.

그럼… 설마?

나만 남았는데?

진짜 아무도 안 걸리는 거 아냐? 싶었는데!

정말 내가 당첨이었다.
순간 얼떨떨해서

“저… 맞나요?” 하고 되물었을 정도다.

그때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야, 못됐네! 그렇게 바쁜 날에 쉬겠다고?

쉰다고? 나 같으면 눈치껏 안 쉰다”
“아, 나 6번 하고 싶었는데…”


전무님은 활짝 웃으며 “축하해!”라고 말해주셨다.



그제야 실감이 났다.
남들 다 분주한 금요일에

나 혼자 쉬어도 된다는 사실.
마음 한구석이 포근하게 풀리면서

괜히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렇게 나는

전혀 예상치 못한 황금연휴를 선물 받았다.
10월 10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무려 사흘 자유의 시간이 생겼다.
특별한 계획은 없어도 충분했다.
빨간 날에는 꼬물이랑 신나게 놀고,

주말까지 3일은 온전히 나만의 시간으로 채우면 된다.


참 묘하다.
기대하지 않았을 때 불쑥 찾아오는 행운이

이렇게 달콤하다니.
이 기세라면 로또라도 사볼까 싶다가도

곧 고개를 저었다.

이미 충분히 큰 선물을 받았으니까.

가끔은 이런 작은 기적 하나만으로도

일상이 충분하다.



나비의 끄적임에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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