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지 않을 오늘
평생에 단 한 번 이뤄지는 만남.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이 순간을 뜻하는 말이다.
이 말은 차를 마시는 행위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다도(茶道)에서 특히 깊은 의미로 쓰인다. 어제도 차를 마셨고, 엊그제도 차를 마셨지만, 오늘 이 순간 입술에 닿는 한 모금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단 한 번의 경험이다.
같은 다기, 같은 찻잎이라 할지라도 지금 이 순간의 온도와 향기 그리고 그것을 마주하는 내 마음의 결은 결코 어제와 같지 않다.
이 마음가짐은 누군가의 가르침으로 얻을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한 사람이 자기 안의 지성으로 천천히 길어 올리는 아주 내적이고 섬세한 힘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일상은 왜 이렇게 무의미해 보일까?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조금만 비틀어 보면 그 생각도 금세 결이 달라진다.
일상이 똑같다고? 누가 그랬나.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같지 않다. 어제의 경험이 쌓여 오늘의 내가 되었고, 오늘의 선택이 내일의 나를 만들어갈 것이다.
우리의 일상이 아무리 반복되어 보일지라도 사실 매 순간은 이전과 동일한 적이 없다. 같은 출근길, 같은 사무실, 같은 얼굴들 속에서도 오늘의 빛은 어제와 다르고 오늘 내가 느끼는 감정의 결도 조금씩 다르다.
같은 길도 걸을 때마다 조금씩 다르게 느껴진다. 어느 날은 기분이 들떠 가벼운 발걸음으로, 어느 날은 무거운 마음을 끌고서 평소에 보지 않던 쪽에 시선이 가 닿는다. 어느 날은 문득 올려다본 하늘에서 전에 보지 못했던 구름의 형상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 사이사이에 숨은 틈들.
그냥 지나쳤던 작은 순간들.
출근길 카페에서 마주친 낯익은 미소,
점심시간 창밖으로 스치는 바람의 온도,
퇴근 후 집에 도착했을 때 켜지는 현관 불빛의 따스함.
그 모두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단 한 번’의 장면이다.
오늘 내가 보는 풍경,
오늘 내가 마시는 한 모금,
오늘 내가 나누는 대화 한마디.
그 안에는 늘 새로움이 숨어 있다.
반복 속에서조차
삶은 한 번뿐인 순간으로 우리를 데려온다.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알아보느냐 그냥 흘려보내느냐에 있다. 반복이라 여겨졌던 삶의 면들 속에도 늘 새로운 숨결이 숨어 있다.
그 틈을 알아보는 일,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순간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일. 그게 어쩌면 ‘지성’이라는 이름의 감각인지도 모른다. 평범한 삶 속에서 작게나마 예술의 감각을 일깨우며 사는 일인지도 모른다.일상을 예술처럼 대하는 것.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한 번뿐인 순간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어쩌면 우리가 삶을 아름답게 살아내는 방식이다.
일기일회(一期一会).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그것은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지혜이기도 하다.
나비의 끄적임에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