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은 일기장에, 해결은 에세이에

일 년간의 글쓰기 수업이 내게 남긴 것

by 꿈꾸는 나비

다음 주 마지막 북클럽을 앞두고 올해의 마지막 글쓰기 수업을 마쳤다. 매주 화요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자리를 지켰다. 그렇게 채워진 한 해는 유독 '쓴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책상 앞에 앉아 조용히 쌓아온 시간들이 이제야 묵직한 존재감으로 느껴진다.



글쓰기엔 정답이 없기에 더 많은 방법의 시도가 필요하다


수업은 매번 변주되었다. 어떤 날은 감각적인 묘사에 몰입했고, 어떤 날은 차가운 논리적 구조를 세웠다. 짧고 강렬한 문장을 벼리기도 했고 길게 이어지는 호흡을 견디기도 했다. 이 다양한 연습 끝에 얻은 깨달음은 명확하다. 글쓰기에는 단 하나의 정답이 없다는 것. 그래서 작가는 더 많은 도구를 손에 쥐어야 한다는 것. 내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상황에 맞춰 적절한 도구를 꺼내 쓸 줄 아는 '안목'을 기르는 과정, 그것이 지난 1년의 여정이었다.


독자를 문제 앞에 세워두고 떠나지 말 것


가장 인상 깊었던 배움은 관점의 전환이었다. "글을 '문제'에서 끝내지 마세요."라는 조언.

돌이켜보면 내 글은 한 동안 부정적인 감정을 나열하는 데서 멈춰 있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지적하고 나의 힘듦을 토로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런 글은 문제의식만 남길뿐이다. 독자를 문제 앞에 덩그러니 세워두고 작가만 홀연히 떠나버리는 격이다. 다음으로 나아갈 발판을 주지 못하는 글은 일기에 가깝다.


진짜 힘 있는 글은 달랐다. 이 상황을 나는 어떻게 통과했는지 그리고 이 경험이 누군가에게 어떤 실마리가 될 수 있는지까지 나아간다. 문제를 공유하는 것을 넘어 해결의 방향을 함께 건네는 순간, 글은 비로소 공공의 가치를 획득한다.


이런 태도는 지난 일 년간 내 글 속에 습관처럼 배어 있었다. 다만 그것이 글쓰기의 '원칙'이라는 확신이 부족했을 뿐이다. 지난 연재들을 돌아보니 나는 이미 문제를 문제로만 두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풀리지 않는 감정 앞에 오래 서 있기보다 나를 다시 살려내는 쪽으로 몸을 옮겨보는 것. 그것이 내가 선택한 방식이었다."

「감정을 걷는 시간, 글이 되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더 이상 허우적대지 않는다. 대신 ‘이 경험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먼저 생각한다."

「고통을 가치로 바꾸는 연금술」


"사랑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그 과정 자체가 우리를 더 완전한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이럴 거면, 더 사랑해 볼걸」


"천천히 나를 보고 상대를 보니, 우린 다만 그릇의 크기가 달랐을 뿐이었다."

「그릇의 크기가 달랐을 뿐」


"처음엔 버티려고 썼다.... 어쩌면 혼돈은 나를 잃게 하는 시간이 아니라 나에게로 데려다주는 과정이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글은 그 길을 걸어가게 해 준 나만의 방식이었다."

「혼돈이 건네준 것」


( 브런치 연재 「답은 없지만, 길은 있으니까」 중에서)



위 문장들은 상황을 문제로 규정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안에서 시선을 한 번 더 이동시키려 했던 분투의 기록들이다.


그래서 마지막 수업에서 배운 PEW 원칙(Point-Evidence-Wrap up)은 내게 전혀 새로운 무언가가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이미 붙잡고 있던 이 태도를 독자에게 더 분명하고 단단하게 전달하기 위한 정교한 '지도'처럼 느껴졌다.


나의 이야기가 당신의 문장이 되는 순간


지도 위에서 'Wrap-up'이라는 종착지에 도달할 때 글은 비로소 나만의 좁은 방을 벗어난다. 독자의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이것이 당신의 삶에는 어떤 의미일 수 있을까요." 이렇게 손을 내미는 순간, 나의 사적인 고통은 타인의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된다. 내가 겪은 어려움이 누군가에게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 그 연결의 감각이 나를 계속 쓰게 만드는 동력이 되었다.


성실함이라는 가장 강력한 기교


이제 일상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달라졌다. 책을 읽을 때도, 계절을 지나갈 때도 단순히 감정만 남기지 않는다. 이 순간이 언젠가 누군가에게 건넬 수 있는 다정한 문장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한다. 나만의 문장을 수집하는 일이 결국 누군가를 돕는 말이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결국 답은 단순했다. 문장을 수집하고, 꾸준히 쓰는 일. 화려한 수사나 특별한 재능보다 나를 작가로 만든 것은 매주 화요일 빠지지 않고 책상 앞에 앉아 있었던 성실한 시간들이었다.

글을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 감히 전하고 싶다. 완벽한 글을 쓰려 하기보다 그저 꾸준히 쓰시길. 당신의 경험이 타인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 끊임없이 상상해 보시길. 문제를 지적하는 세밀함 너머 그 너머의 이야기까지 건넬 수 있을 때 당신의 글은 비로소 진짜 힘을 갖게 될 것이다.



나비의 끄적임에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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