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언제나 내가 준비해둔 예쁜 옷을 입고 오지 않는다. 때로는 낯선 얼굴로, 때로는 감당하기 버거운 무게를 한 채 불쑥 문을 두드린다. 오는 1월 13일, 나는 줌(Zoom)으로 진행되는 북토크의 진행을 맡게 되었다.
사실 나는 대중의 시선을 받는 일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지켜보는 눈이 많아질수록 몸과 말이 동시에 굳어버리는 쪽. 뼛속까지 INFP인 내향인이라 '관종'의 반댓말이 있다면 내 수식어로 써도 될 만큼 숨어있는 자리를 선호한다. 인원수가 늘어날수록 말수는 줄어들고, 대화에 끼어드는 일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다. 그나마 편안한 건 일대일 대화. 그곳에서도 나는 주로 듣는 사람의 자리에 머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장 편안한 상태의 나는 꽤 수다스럽다. 마음을 터놓은 친구 앞이나 우리 딸 앞에서는 ‘내가 이렇게 쫑알쫑알한 사람이었나?’ 싶을 만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내 안에는 분명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말들이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늘 생각했다. 쓰는 일이 언젠가는 말하는 일로 이어질 거라는 예감. 내가 쓴 문장이 책장 안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내 목소리를 타고 누군가의 스피커로 흘러 들어가는 장면을 막연히 꿈꾸곤 했다.
평소 유튜브를 볼 때도 유독 토크쇼에 눈길이 갔다. <살롱드립>에서 장도연이 보여주는 그 무해한 위트, <요정재형>에서 정재형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코먹는 웃음과 따뜻한 환대, 그리고 <적수다> 패널들의 깊이 있는 대화들까지. '나도 저들처럼 다정한 대화를 이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가볍게 동경해왔던 장면들이 어느 날 갑자기 현실이 되어 찾아왔다.
[북토크 진행을 맡아주실 수 있을까요?]
화면에 뜬 카톡 메시지를 보고 "네?"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왔지만, 답장을 보내고 나서야 생각했다. 이건 내가 거쳐 가야 할 운명의 순서에 와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비록 서로 몸을 맞대는 무대는 아니지만 각자의 방에서 화면을 응시할 그 고요하고도 뜨거운 시선들 앞에 나를 세워보기로 했다.
상상만 해도 손끝이 떨린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하면 잘할 것 같다는 마음이 더 크다. 국민 MC 유재석도 초창기엔 카메라 울렁증이 심했다는 이야기를 부적처럼 떠올려 본다. 안 해봐서, 몰라서 두려운 시절은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니까.
이 일이 아주 싫으냐고 묻는다면, 결코 그렇지 않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꼭 한 번 도전해보고 싶었던 일 중 하나였다. 두렵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가치 있는 일이다.
나는 지금 도망치는 대신 기분 좋은 긴장감을 선택했다. 1월 13일, 작은 렌즈 너머로 마주할 이들에게 나의 진심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떨리는 마음으로 그날을 준비하고 있다.
[문장사이] 온라인 릴레이 북토크
첫번째 시간은 환오작가님이 진행합니다.
오늘 밤 (2025. 1. 6. ) 20시에 만나요!
응원의 한마디는 무척 힘이 되어요.
감사합니다.
[사진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