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잠잠하던 발목 통증이 다시 도졌다. 올해의 목표가 건강이었는데 내 몸은 아마도 그간 즐긴 햄버거와 치킨의 기름진 고백을 참지 못한 모양이다. 혈액순환에 좋다는 약까지 야심 차게 시작했건만 역시 몸은 정직하고 내 식욕은 그보다 더 정직하다. 자책은 짧게 끝내고 다시 운동화 끈을 묶는다. 자질구레한 약속들을 덜어내고 습관적으로 영상을 보며 축내던 시간들을 추슬러 집 앞 작은 공원으로 나선다. 혼자라도 묵묵히 걷는 만 보를 내 일상을 다시 시작해 볼 생각이다.
당분간은 술과 밀가루라는 달콤한 유혹과도 거리 둬야겠다. 이맘때면 찾아오는 비염 증상도 결국 내가 나를 잘 돌봐야 개선될 일이다. 몸이 무거워지면 마음도 함께 눅눅해진다는 걸 잘 알기에 조금 더 가벼운 내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물론 다음 주 목요일 모임에서 마실 시원한 맥주 한 잔은 예외다. 그날을 위해 지금의 금주를 '적립'하는 셈 치기로 한다.
문득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건강한 것들을 가만히 떠올려 본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역시 청량한 공기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다. 누군가는 비 오는 날의 운치를 말하지만 나는 누가 뭐래도 투명하게 맑은 날이 좋다. 내 감정은 날씨에 꽤 정직하게 반응해서 밝음이 오면 환해지고 어둠이 오면 속절없이 가라앉는다. 누가 보란 듯이 "비 오는 날이 좋아"라고 우아하게 거짓말할 수 없는 사람인 것을 잘 알기에 나는 의식적으로라도 내 곁에 늘 밝은 것들을 두려 애쓴다.
또 다른 기쁨은 우리 딸과 나누는 대화들이다. 근심 걱정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채 친구처럼 깔깔거리며 수다를 떨 때, 핑퐁처럼 오가는 웃음소리 속에 있으면 세상의 모든 평화가 이곳에 모여 있는 기분이 든다. 소소하게 걷는 것 또한 즐겁다. 자연에 묻혀 공원이나 물가를 따라 걷는 시간 그리고 조만간 다시 오를 숲길의 피톤치드까지. 그 치유의 감각들을 생각하면 벌써 코끝이 시원해지는 듯하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쓰다 보니 정작 '글쓰기'라는 단어앞에서는 잠시 주춤하게 된다. 내게 글쓰기는 이제 밥 먹고 잠자는 일처럼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되어버렸기때문이다. 마치 "나는 숨 쉬는 걸 좋아해"라고 말하는 게 어색한 것처럼 글쓰기는 이미 삶의 일부가 되었다. 대신 올해는 '읽는 것'에 더 큰 포부를 품었다. 사기만 하고 읽지 않아 책장에 수두룩하게 쌓인 '전시용 책'들을 이제는 진짜로 읽어낼 때다.
일상의 작은 중독,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한 잔을 온전히 비우지도 못하면서 습관적으로 카페로 향하는 건, 첫 모금의 갈증 해소가 주는 짧고 강렬한 행복 때문이다. 나는 돈이나 품이 좀 들더라도 하고 싶은 건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인가 보다. 수개월을 고민하던 인터넷 TV를 드디어 설치한 것도 결국 그 때문이다. 노트북을 켜면 곧장 연결되는 인터넷, 리모컨을 들면 흐르는 백색소음. 남들 다 하는 이 평범한 세팅을 끝내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일상의 안도감을 느낀다.
조금만 비용을 들이면 삶이 이토록 편해지는데 왜 그간 불편함을 훈장처럼 고수해 왔을까. 남들 하는 것 좀 하고 살아야 마음이 편해지는 걸 보니 나도 참 평범한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그 평범함이 주는 안락함이 무척이나 좋다. 더 특별해지려 애쓰기보다 이 평온한 일상의 결을 쓰다듬으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충분히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다.
나비의 끄적임에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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