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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치는 것들 속에서 발견하는 세상

선택적 시각과 의식

by 꿈꾸는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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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이 가시광선 범위 안에 있다 하더라도 우리의 지능적인 광선 범위 안에 있지 않으면 많은 사물들은 보이지 않는다. 말하자면 우리가 이를 찾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큰 의미에서 우리는 우리가 찾고 있는 세상만 볼 수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 미국의 사상가 겸 문학자



가끔 나는 대화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주변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들을 놓치곤 한다. 상대방의 말에 깊이 빠져들다 보면, 어느 순간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소리나 방 안의 미세한 움직임조차 알아채지 못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마치 내 의식 속에서 세상의 일부가 잠시 지워진 것처럼 느껴진다.


어떤 일에 깊이 몰두하다 보면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걸었는데도 듣지 못해 당황했던 경험, 한 번쯤은 있지 않을까? 그런 순간마다 "왜 이렇게 명백한 것들을 놓쳤을까?" 하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혹시 내가 의식의 초점을 너무 좁게 설정한 건 아닐까?


인간의 뇌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정보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자극은 자연스럽게 걸러낸다고 한다. 그런데 이 선택적 주의력은 단순히 일상적인 대화나 특정 상황에서만 작동하는 게 아니다. 우리의 삶 전체와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가시광선 범위 내에 있는 사물이라도 우리가 그것을 찾으려 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은 단순한 물리적 시각의 산물이 아니다. 우리의 내면적 지각, 지능, 그리고 의식의 방향성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사람들은 자신이 이미 알고 있거나 관심 있는 것들만을 인식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우리는 결국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향이 있다. 결국, 우리가 무엇을 보고자 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풍경도 달라진다는 뜻이다.


이 사실을 깊이 성찰해 보면,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결국 내면의 상태에 의해 형성된다는 걸 깨닫게 된다. 우리의 인지와 의식은 놀라울 정도로 선택적이다. 인식하고 이해하는 것만이 현실로 다가오고, 그렇기에 의도적으로 우리의 시선을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을까? 작은 습관 하나만으로도 변화는 시작될 수 있다. 매일 아침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는 것, 예를 들어 "오늘은 어떤 새로운 배움을 얻을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을 해보는 것이다. 이러한 질문 하나가 하루를 성장의 기회로 바라보게 만들고, 결국 우리의 삶을 조금씩 변화시킨다.


나 역시 예전에는 하루하루를 그저 흘려보내며 살았던 적이 있다. 특별히 기억에 남을 만한 순간도 없이 단조롭고 지루하게만 느껴지는 날들이었다. 하지만 작은 의식적 변화가 내 삶의 전환점이 되었다. 감사할 일들을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하루 속에서 의미 있는 순간들을 찾아내는 연습을 했고, 그때부터 세상이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글을 쓰면서는 일상의 글감을 찾기 위해 순간순간에 더 깊이 집중하게 되었고, 평범한 날들 속에서도 특별한 기쁨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가 소비하는 정보 또한 우리의 시야를 결정짓는다.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사람들과 대화하며, 어떤 미디어를 접하느냐에 따라 사고방식과 행동이 바뀐다. 영감을 주는 긍정적인 정보들로 내면을 채워갈 때, 우리의 삶도 그만큼 더 풍요롭고 깊어질 수 있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더욱 의식적으로 살아가다 보면, 시야는 점차 확장되고 삶의 깊이도 더해질 것이다. 세상은 우리가 찾으려는 만큼, 그리고 바라보려는 만큼만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는지도 모른다.


오늘, 당신이 찾고 싶은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 지금 이 순간,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던져보는 건 어떨까? 당신의 내면이 바라보는 방향이 결국 당신의 현실을 만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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