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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한 Feb 08. 2024

저녁식사에 초대받았다.

캐나다에서 지인 집 방문하기

첫째 아이와 가장 친한 친구 M의 엄마로부터 저녁식사 초대를 받았다.

몇 달 전부터 초대를 하고 싶어 했는데 서로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 이제야 성사가 됐다.


M의 아빠는 캐나다인이시고, 엄마는 스리랑카에서 이민오신 분이다.

M의 엄마는 이곳에 사신지도 오래되셨고, 영어도 잘하시며, 일도 하고 계시기 때문에 친한 분들이 정말 많으시지만 나에게는 그분이 가장 친한 친구이다.


그 가족은 우리에게 너무나 고마운 분들이다.

M은 영어를 하지 못하는 첫째가 학교에 처음 입학하여 친구도 사귀지 못하고 외로웠을 때 먼저 놀자고 해주고, 항상 챙겨주던 고마운 아이다. 첫째는 M과 함께 놀며 영어를 배울 수 있었고, 교실에서 외롭지 않을 수 있었다.

M의 엄마 역시 말이 통하지 않는 나를 계속해서 이끌어 주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멀리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계속 연락하고, 만나고 싶어 했다. 말도 안 되는 영어를 더듬더듬 말하는 답답한 순간도 잘 참아주며 경청해 주었다.

그분 덕에 못하는 영어지만 입을 벌려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듣기 연습도 많이 됐고, 문자 보내는 연습도 많이 할 수 있었다. 소심한 성격에 단어하나 소리 내어 말하기가 어려웠는데 너무나 큰 도움이 되었다. M의 아빠 역시 항상 친절하시고, M과 나이차이가 많이 나 벌써 독립한 두 언니들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오빠 역시 늘 상냥하다.

신랑과 나는 항상 고맙게 생각하며 늘 보답하고자 노력했다. M의 엄마, 아빠가 일로 바쁠 때는 아이를 우리 집으로 데려와 일이 끝날 때까지 데리고 있기도 하고, 방과 후에는 엄마아빠의 직장까지 데려다주기도 했으며, 종종 음식을 가득 만들어 보내기도 했다. M의 집에서 플레이데잇을 할 때는 빈손으로 보내지 않고 늘 아이들의 간식이나 놀잇감 등을 함께 보냈다. 

M의 가족들 역시 그런 우리의 노력들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항상 고마워했다. 가족모임으로 볼링장을 갈 때도 큰아이를 데려가 주었고, 동네 행사가 있거나 M이 특별한 활동을 하러 가는 날이면 어린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나를 대신해 M의 엄마가 첫째 아이를 데리고 가주었다.

고마움을 잊지 않고 서로 위하니 사이가 좋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 저녁초대 역시 그간의 고마움을 표현하는 자리였다. 우리는 디저트로 작은 케이크 2가지와 주전자, 차 세트를 예쁘게 포장하여 선물로 가지고 갔다.

신랑은 거실에서 M의 아빠, 할아버지와 담소를 나누고, 나는 주방에서 요리하는 M의 엄마를 조금씩 도우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뚝딱뚝딱 재료를 손질하여 오븐에 구워낸 저녁 메뉴들이 완성되고 나자 방에 있던 M의 오빠가 나와서 식탁 세팅을 순식간에 끝마쳤다. 모두가 식탁에 둘러앉았다.

맛있는 음식들

메뉴는 양배추 볶음, 그린빈볶음, 치킨커리, 가지볶음, 콩조림 그리고 흰쌀밥이었다.

밥을 먼저 접시에 덜고 그 위에 음식들을 올려 먹었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들이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다들 화기애애하게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맛있고, 감사한 저녁식사를 마쳤다.

후식으로 커피와 우리가 사 온 케이크를 먹었다.


혹시나 식사예절에 어긋나는 게 있을 조심했는데 우리의 식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장 연장자이신 할아버지께서 먼저 음식을 담으시고, 손님인 우리 가족이 담은 후 M의 가족이 마지막 순서로 음식을 담았다. 우리와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후식까지 다 먹은 후 사용했던 식기들을 바로 정리하여 식기세척기에 넣는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보통 후식을 먹거나 담소를 나누기 위해 식탁에서 그릇을 치우기는 해도 손님 가시기 전까지 설거지를 바로 하지는 않는데 설거지, 음식소분, 정리정돈까지 모든 마무리를 바로 하신다. 때문에 모두 다 같이 주방으로 가서 못다 한 이야기를 계속 나눴다. 이렇게 바로 정리하면 손님이 가신 후 바로 잠자리에 들 수 있어 매우 좋아 보였는데 손님을 두고 뒷정리한다는 것이 나의 성격상 조금 어려울 것 같다. M의 부모님과 오빠가 일을 분담하여 빠르게 정리가 됐다.


그 후 거실에 다시 모 이야기를 나누었다. 캐나다사람들은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진짜다. 언제 어디서나 스몰토크를 하는데 내가 봤을 때 그것은 시간상 어쩔 수 없을 때이고 처음 만나는 사이에도 빅토크가 무한 가능한 것이 캐나다인이다. 우리가 도착하여 떠날 때까지 거의 5시간을 머물렀는데 끊임없이 이야기를 했다. 아주 가끔 영어로 질문하고 대답하며,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했더니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호응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데 다들 내가 말을 다 이해하는 줄 알고 대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영혼이 거의 다 빠져나가고 약 1% 정도 남았을 즈음 마무리가 되었다. 다행이었다.


모두에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 두 손에는 M의 엄마가 싸준 음식들이 있었다.

남은 음식들을 싸주겠다고 하여 극구 사양하다가 두 가지 정도를 싸주어 가지고 왔다. 잔뜩 먹었는데 싸 오기까지 하면 너무 미안해서 사양을 하였는데 너무 사양하면 또 맛이 없었다고 오해할 것 같기도 하고... 짧은 순간에 이런저런 생각들이 폭발했다.

가장 많이 남은 음식 두 가지를 싸달라고 한 후 다른 음식들도 맛이 있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서둘러 덧붙였다.

"전부 다 맛있었는데 싸주신 것으로 충분해요. 너무 감사해요"

맛있었던 치킨커리와 양배추볶음.

이제 우리도 저녁식사 초대를 해야 하니 메뉴를 정해봐야겠다. 괜스레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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