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아이 안경 맞추기
뭐든지 가까이 보던 첫째 아이. 기어이 칠판글씨가 안보일정도로 눈이 나빠졌다.
그림을 그릴 때도, 책을 읽을 때도, TV를 볼 때도 언제나 가깝게 보고 자세가 좋지 않았다.
그때마다 끊임없이 말하며 자세를 고치게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나 보다. 신랑과 나 역시 초등학교 때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했던 터라 우리 아이들도 언젠가는 안경을 쓰게 될 것이라고 각오는 하고 있었다. 하지만 9살에 안경을 쓰기에는 좀 이른 것 같아 과거에 왜 좀 더 강력하게 관리해주지 못했나 후회막심이었다. 그래도 되돌릴 수 없는 일이었다. 유전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안경을 쓰게 되는 결과였다. 한국에서는 안경 쓴 아이들이 많아 9살이면 그리 이른 나이는 아닌 것 같지만 이곳에서는 안경 쓴 아이가 전교에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니 마음이 편치 않다.
작년 여름 시력검사 했을 때 안경 쓰기 직전의 시력이라고 했었다. 칠판글씨가 잘 안 보여 불편하면 바로 안경을 맞추거나 몇 개월 후에 한번 더 시력검사를 해보고 그때 결정하라고 했었는데 이제 안경을 무조건 써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며칠 전 아이들 픽업을 위해 간 학교에서 만난 첫째 아이 담임선생님께서 아이가 칠판글씨가 안 보인다고 했었다며 시력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그동안 아이에게 먼 거리의 글씨를 읽어보게 시키며 나름 계속 체크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부랴부랴 동네 안과에 예약을 잡고 시력검사를 했다. 안경점을 같이 하고 있는 동네에 하나 있는 안과. 시력검사를 하고 안경을 써야 한다는 말에 바로 안경테부터 골랐다. 어린이 안경테는 아주 어린아이들을 위한 것인지 9살인 첫째 아이에게 맞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어른 안경테 중에서 이것저것 써보고 어울리는 것으로 하나 골랐는데 $320이다.
안경테가 30만 원이 넘는다고?!?!?! 독일에서 물 건너온 브랜드의 제품이었다. 조.. 조금이라도 더 싼 게 없을까 하고 봤지만 웬만하면 300불이 다 넘고 400불 이상의 가격도 많았다. 브랜드 아닌 걸로 저렴한 것으로 할까 했는데 브랜드밖에 없다. 한국에는 디자인도 그렇고 가격도 선택의 폭이 넓어 상황에 맞게 구입할 수 있는데 이곳은 그렇지가 않았다. 해외에서는 안경이 대단히 비싸다던 그 말의 무게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의사는 아이 시력을 교정해 주는 효과가 있다는 '스마트렌즈'라는 것을 추천해 줬다. 설명을 들어보니 그 렌즈로 맞추지 않으면 아이 시력이 더 나빠질 것만 같은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그 렌즈로 하기로 하고 다음번 교체하는 비용까지 지불했다. 그러니까 안경테+렌즈+렌즈의 비용이다. 거기에 시력검사까지 추가해서 카드로 결제를 하는데 금액이 그야말로 "헉!"소리가 나게 나왔다. $1500.
시력검사에 안경하나 맞췄는데(물론 렌즈는 2회분이지만) 약 150만 원이 나온 것이다. 안경 맞추는데 웬만한 사람 월급의 반이 지출됐다. 나때는 안경테 몇만원에 렌즈가격 몇만원해서 5만원정도 나오면 많이 나오는 거였는데, 요즘은 한국도 많이 비싸졌겠지만 이정도로 비싸졌으려나? 게다가 그날 바로 되는 것도 아니고 2주 후에 찾으러 오라고 한다. 가격에 다섯 번 놀랐고, 안경 찾으러 오라는 기간에 열 번 놀랐다. 아...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0분 정도면 안경하나 뚝딱 나오는 한국의 시스템이 너무나 그립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그럴 만도 하다. 우선 안경 쓰는 사람이 많지가 않다. 그러니 한국처럼 렌즈 가공 기계를 안경점에 가지고 있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렌즈 가공하는 곳에 안경테를 보내서 그곳에서 렌즈를 안경테에 맞게 가공해서 다시 이쪽으로 받는 과정이 당연하다 싶다. 이곳에 살면 당연히 이곳의 시스템에 적응해야 하지만 혹시라도 아이 안경이 부러지거나 이상이 생긴다면 다시 2주를 기다려야 할 텐데 그사이 많이 불편해질 아이가 걱정이다. 미리 한국에 사는 가족에게 부탁해서 여분 안경을 하나 맞춰 보내달라고 해야 할 것 같다.
2주 후 안경을 찾으러 오라는 문자를 받았다. 학교가 끝난 후 설레어하는 첫째 아이와 함께 안경점에 가서 안경을 픽업했다. 안경을 아이가 직접 써보고 직원분이 얼굴에 맞게 조절을 해주셨다. 안경 세척액과 안경케이스, 안경닦이를 받았고, 여분으로 안경닦이를 하나 더 받았다. 여분 안경닦이가 종이 케이스에 소중하게 들어있었는데 그것을 보자 마음 한구석이 불안해졌다.
한국에서는 안경 살 때 서비스로 여유 있게 주시고, 필요하면 어느 안경점에라도 들어가 달라고 하면 마구 주시고는 했었는데 캐나다라 그런지 모든 것이 의심스러워진다.
새 안경을 쓰고 아이가 잘 보인다며 아주 좋아했다. 기뻐하는 아이를 보니 마음이 좋아졌다. 비싸고, 오래 걸리지만 동네에서 이렇게라도 안경을 맞출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한 것을 내가 너무 욕심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