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꽂아놓으면 뿌리가 자라요.
작년여름 한국에 가있는 동안 많이 시들어버린 화분들.
신랑이 밤에 퇴근해서 열심히 물을 주었지만 낮동안 더운 집안에서 힘들었던 것 같다.
왼쪽부터
세이지(허브)/ 칼란디바/ 귤/ 칼란디바/ 피토니아/ 벤자민/ 칼란디바
누가 봐도 '나 힘들었어요'를 외치고 있는 모습이다. 피토니아는 회생불가라 놓아주었고, 나머지는 분갈이해서 다시 정성껏 돌봐주니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사진에 나오지 않은 화분들도 많은데 주인이 없는 동안 힘든 여름을 잘 버텨주었다. 기특하다. 예전 글에서도 썼었지만 키우고 있는 식물들은 거의 모두 꺾꽂이로 번식시킬 수가 있다. 가지치기는 꼭 필요한데 잘라낸 가지들을 그냥 버리기가 너무 아까워 삽목 하다 재미가 들렸더랬다. 작년에는 그렇게 끝없이 화분을 늘리고 있었는데 여름을 지나 식물들이 상태가 좋지 않으니 잠정 보류 하다가 어느 정도 컨디션을 회복한 것 같아 다시 시작했다. 사실 가지를 잘라 흙에 바로 심어도 되는데 나는 눈으로 뿌리를 확인해야 속이 시원해서 웬만하면 물꽂이를 한 후 뿌리가 확인되면 흙에 옮겨 심고 있다.
6년 된 산세베리아들을 키우고 있는데 키가 나만큼 커지려고 해서 계속해서 잘라내주고 있다. 잘라낸 잎들은 물에 꽂아 뿌리를 내리게 한다. 보통은 뿌리만 나오면 흙에 심어줬었는데 이번에는 싹까지 보자 싶어서 1년 동안을 물에 꽂아놨었다. 드디어 귀여운 싹이 나왔길래 흙에 옮겨 심었다.
산세베리아의 삽목 성공률은 100%.
잘라낸 가지를 물에 꽂아 밝은 창가 앞에 놓아두었다. 2~3주면 뿌리가 나온다.
보통은 수분증발을 막고, 잎으로 가는 에너지를 뿌리 내는데 쓰라고 잎은 두세 개 정도 남기고 모두 제거하는 게 좋다는데 그냥 꽂아놓아도 뿌리를 잘 내린다.
작은 가지에서도 뿌리가 잘 나온다.
이런 식으로 번식시켜 화분에 옮겨 심은 것만 7개가 넘는데 성공률이 100%인 기특한 녀석들이다.
1년쯤 자란 삽목둥이들.
외목대로 아래쪽 잎들은 제거를 하고 위쪽을 풍성하게 키우고 있다.
빛 좋은 창가 쪽에 자잘한 화분들이 워낙 많아 놓을 곳이 없어 빛이 안 드는 창가에 놓았는데도 잘 자라고 있다. 물은 겉흙이 젖을 만큼만 주고, 겉흙이 마르고 나면 또 주는데 집이 매우 건조해 겉흙이 금세 말라 거의 하루에 한 번씩 주고 있다. 아래쪽이 뚫려있지 않은 화분이라 과습을 주의해야 해 조금씩 자주 주고 있다.
벤자민 모체.
한국에 놀러 갔었던 여름동안 관리를 못해줬더니 잎들이 많이 시들어 싹 정리했다. 키는 전보다 1.5배가 자랐는데 잎을 다 정리하고 나니 휑한 느낌이 나지만 잎 사이사이로 바람이 잘 통하는 장점이 있고, 요새 많이들 하는 여리여리한 반려나무의 모습 같아 아주 만족한다.
아이비 모체.
유행한다는 원형으로 키워보고자 굴러다니는 철사로 지지대를 만들어 키우고 있는데 철사가 너무 짧아 풍성한 아이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다듬기 위해 잘라낸 가지를 물꽂이 했다.
내가 없던 여름동안에도 그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있던 씩씩한 식물이다. 시어머니께서는 이것을 마당에 심어놓으셨는데 몇 년째 잘 자라고 있다. 월동도 잘 되는 식물인듯하다.
잘라낸 가지에 큰 잎이 많았지만 잎을 정리하지 않은 상태로 물에 꽂아 그늘에 두었다.
한 달 정도면 뿌리가 제법 나온다. 물은 자주 갈아줄 필요도 없고 너무 더러워졌을 때 한 번씩 갈아주면 된다. 가지아랫부분에서 하얀색으로 울퉁불퉁한 것들이 곰팡이처럼 생기는데 뿌리가 뚫고 나올 때 생기는 것들이다.
뿌리가 이 정도 자라면 화분에 옮겨 심는다.
어느 정도 안정이 될 때까지 그늘에 놓아두고 키운다.
번식시킨 고무나무 화분이 3개가 있고, 지인에게 선물한 화분이 2개 정도 된다.
이 화분은 삽목 하여 2년 정도 키운 고무나무이다.
작은 화분에 소담히 있던 칼란디바를 선물 받은 지 4년. 두 번 정도 분갈이를 했었는데
어느 순간 너무 커져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 년에 한 번씩 화려하게 꽃도 피웠었는데
관리를 못해줘서 정리를 싹 해주는 게 좋겠다 싶었다.
크기가 워낙 크니 두 덩이를 한 개씩 나눠 심기로 했다.
통풍도 잘 되고 보기도 좋다.
칼란디바는 다육식물의 일종으로 공중뿌리라고 하는 가지 중간에 생기는 뿌리가 끊임없이 나오는데 그 공중뿌리 부분을 잘라내 심으면 바로 활착이 되어 손쉽게 개체하나를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줄기 아무 곳이나 잘라내 물에 꽂아만 놓아도 뿌리가 잘 나오고, 흙에 바로 심어도 잘 자란다. 흙 위에 떨어진 잎사귀에서도 뿌리가 자란다. 번식의 최고봉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번식이 너무나 잘돼 마음만 먹으면 칼란디바 100개 만들기도 가능하다. 이제까지 실패한 적이 한 번도 없는 번식 최강 식물 되시겠다.
쉽게 죽지 않고 잘 자라는 장점 많은 칼란디바의 유일한 문제점은 공중뿌리. 공중뿌리는 뭔가 부족하거나 하면 생긴다던데 나름 관리를 잘해줘도 생겨서 이유를 모르겠다. 몇 년 키워본 봐로는 번식을 위해 무조건 생기는 느낌이다. 보기에 좋지 않아 가끔 손으로 훑어서 제거해 주고 있기는 한데 계속 생겨난다.
칼란디바의 삽목 성공률도 100%.
그렇게 늘린 개체수가 10개 정도 돼서 이제 더 이상 늘리지 않으려고 한다. 이 사진은 5개월 전에 찍은 것이다. 점점 키가 자라면서 잎들이 크기도 커지고 개수도 많아지게 되는데 중간중간 겹치는 잎사귀들은 과감하게 떼어주어야 통풍이 잘된다.
칼란디바는 단일처리를 해줘야 꽃을 피운다고 한다. 밤에 15시간 정도 빛을 전혀 보지 못하게 하고, 낮에 빛을 쬐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처음에 꽃을 피우게 하려고 밤에는 어두운 옷방에 옮겨놓고, 아침에 다시 창가에 옮겨놓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창가에 놓아두고 밤에는 블라인드로 빛 차단, 낮에는 블라인드를 올려서 빛을 주는 방식으로 키우고 있다. 그렇게 해도 꽃을 잘 피우니 괜찮은 방법 같다.
우리 집 칼란디바는 보통 꽃봉오리가 맺히기까지 빠른 것이 5개월 정도가 걸렸다. 그 후 맺힌 꽃봉오리가 활짝 피기까지 약 한 달이 걸렸다. 꽃이 활짝 핀 후 꽃이 지기까지 다시 두 달 반 정도가 걸렸다.
가지를 잘라 삽목 했던 작은 아이들도 한 번씩 꽃을 피웠다. 겹겹이 쌓인 꽃잎과 맑은 노란색이 정말 예쁘다. 대신 신기하게도 향기는 전혀 없다. 이렇게 향기가 없는 꽃은 처음이다.
꽃이 완전히 시들면 꽃대를 잘라내 정리해 주고, 중간중간 빽빽한 잎들과 심하게 커버린 잎들을 뜯어내 통풍을 도와주고 새 잎이 잘 나올 수 있게 관리해 준다.
아직 꽃이 완전히 시든 것은 아니지만 고개가 점점 숙여지고 있으므로 시원하게 다 떼어준다.
이렇게 거의 가지만 남아있는 상태가 돼도 잎이 있던 자리에서 작은 잎들이 돋아난다.
화살표 부분에 아주 작은 잎이 나오고 있는데 금세 커진다.
허브의 한 종류이다.
신랑이 볼일이 있어 갔던 옆도시의 한 레스토랑에 갔다가 튀긴 세이지 잎이 들어있는 음식을 먹었던 모양이다. 그 맛을 잊지 못하고 한번 집에서 만들어 본다고 마트에서 세이지를 사 왔다.
마트에서 가지를 잘라 케이스에 넣은 생허브를 파는데 바쁜 신랑이 미루고 미루다 점점 시들어가는 잎들을 보고 내가 심어서!! 키워서!! 언제든 신랑이 요리하고 싶을 때 할 수 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지 3~4개 물꽂이를 했는데 다 실패하고 딱 한 개 성공. 그 하나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소중하게 키웠다. 키우다 새순 나온 것을 다시 물꽂이 해서 뿌리가 나왔고 너무 신이 나서 소중하게 흙에 심어놨는데 결과는 실패.
다시 도전.
요렇게 새순을 따서 물꽂이를 해 뿌리내리기까지 성공을 잘했다.
흙에 옮겨 심었는데 다 실패했다. 줄기가 굉장히 연한 것이 실패의 원인인 것 같다.
일주일쯤 지나니 줄기가 물러져서 썩어버린다.
날이 따뜻해지면 다시 시도해 보기로 하고 원래 있던 화분만 잘 관리해주고 있다. 일 년쯤 키우니 엄청나게 커져서 큰 화분에 옮겨 심어주었다. 제일 길게 자란 줄기를 잘라 다시 삽목을 해봐야지.
세이지는 물을 많이 먹는 아이라 물을 매일 줘야 한다. 물이 부족하면 잎에 힘이 없이 축 쳐진다.
햇빛도 매우 좋아하는 것 같아 창가에 제일 좋은 자리에 놓아두었다. 잎을 손으로 흔들어주면 향기가 확 퍼진다.
키울 자신도 없고, 키우고 싶지도 않았던 서양란.
3년 전 선물로 받아서 하는 수 없이 키우고 있는 서양란이다.
처음에는 아주 긴 꽃대 끝에 짙은 핑크색 꽃이 여러 송이 달린 상태로 선물 받았었다.
작은 화분에 흙대신 나무조각들에 심어져 있던 것인데 그 상태로 작년까지 키웠었다.
어떻게 키우는지도 몰라서 그냥 한 달에 한번 정도 나무조각들 위로 물만 좀 부어주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었다. 꽃이 시들었을 때 끝부분만 잘라내고 잎사귀와 길었던 꽃대를 그냥 놔두었다. 죽지는 않았으니 버리지도 못하고 다시 어떻게 꽃을 피우게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물만 가끔 주며 1년을 지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잎 사이에서 꽃대가 자라나더니 다시 꽃을 피웠다. 정말 신기했다.
그 뒤로도 간간히 물만주며 키우다가 꽃이 시들어 다시 꽃대를 잘라내고 일 년째 키우는 중이다.
작년 유리화병이 생겨 원래 화분에 있던 나무조각들 쏟아 넣어주고 난을 통째로 넣어 나름 분갈이를 해주었다. 이게 분갈이 맞나요..? 뿌리가 나무조각에 닿아있긴 해서 괜찮겠지 하고 8개월째 키우는 중이다. 뿌리가 너무 길어 잘라줘야 할 것 같은데 그냥 썩은 뿌리만 제거하고 계속 키우고 있다.
화분은 물 빠지는 구멍이 있었는데 이 유리화병은 물이 계속 아래에 고여있어서 분무기로 뿌리에 직접 뿌려주는 방식으로 바꿨다.
큰아이가 학교 바자회에서 조금 더 길이가 짧은 유리화병을 사 왔길래 옮겨주었다.
별반 차이는 없지만 그래도 뿌리가 조금 더 나무조각에 가까워졌다.
화병을 옮기기 전 썩은 뿌리 제거해 주고 시든 잎도 제거해 주었다.
내가 나름 잘 키우고 있는 것일까? 새로운 뿌리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2년 전 형님댁에서 엄청나게 큰 몬스테라 잎을 얻어왔었다.
화장실에 생기를 주겠다고 화장실에 물꽂이 해두고 한동안 예쁘게 키우다가 큰 잎은 시들고 새로운 잎이 나왔다. 빛이 전혀 들지 않는 곳이라 최대 손바닥 만한 크기로 자라나다가 시들고, 새잎이 나오고를 무한 반복 중이었다. 죽을 듯 죽을 듯 죽지는 않고 계속해서 새 잎을 내고 있지만 새 잎이 나오면 두 개 중 한 개가 시들어 버려 계속 이 상태였다. 뿌리도 가득 생겨나다가 물러서 썩어버리면 잘라주고 그렇게 2년을 이렇게 버텨줬으니 얼마나 기특한지. 이제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서 흙에 심어주었다. 햇빛 쬐여주고 신경 써주면 찢잎도 생기고 쑥쑥 크겠지.
식물 키우기가 좋은 취미라고 생각하지만 따로 돈을 쓰기는 아까워 식물 심을 화분도 웬만하면 따로 사지 않고 테이크아웃 커피컵, 못쓰는 그릇, 방울토마토 용기 등을 이용하고 화분받침은 잼뚜껑, 냉동식품 용기, 케이크 뚜껑, 쿠키 용기 등을 이용하고 있다. 물도 너무 많이 쓰게 돼서 깨끗하게 쓴 물은 따로 모아놨다가 재사용하여 주고 있다. 쉽게 구할 수 있고, 쓰레기도 줄이고, 돈도 안 들고 다 좋은데 화분이 좀 허름하다 보니 손님이 왔을 때 조금 부끄러운 게 있다. 그래서 달라 스토어에서 괜찮게 나온 화분, 마트에 좋은 가격에 나온 화분을 몇 개 샀다. 화분 바꿨다고 집 분위기가 달라지니 돈을 좀 써도 되겠다 싶다. 예쁜 화분에 예쁜 식물 심어서 주변에 선물을 하고 싶은데 원하는 사람이 없어서 낭패다. 식물 좋아하는 사람은 이미 화분이 집안 가득이라 사양이고, 좋아하지만 잘 못 키우는 사람은 선물로 받아간 식물을 초록별로 보내니 더 주기가 힘들다. 내가 끝까지 책임지고 잘 키우는 수밖에 없겠다. 창가마다 화분이 가득이라 이제 더 이상 화분 늘리기는 그만하자 싶지만 오늘도 세이지 삽목을 해볼까 말까 수십 번 고민 중이다. 행복한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