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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겨울

얼음낚시, 자연 눈썰매

by 은은한

동네에서 10분만 벗어나도 대자연을 느낄 수 있는 이곳은 캐나다의 소도시.

여름에도 겨울에도 마음만 먹는다면 자연 속에서 경험해 볼 것들이 아주 많은 곳이다. 그동안은 마음먹기가 어려웠지만 이제 아이들도 많이 컸고, 추위에 어느 정도 단련이 된 것 같아 벼르고 별렸던 눈썰매 타기 얼음낚시를 했다.


아이들의 첫 얼음낚시는 동네 지인 가족과 함께했다. 우리도 아이 셋에 어른 둘, 지인의 가족도 아이 셋에 어른 둘이고, 아이들 나이도 비슷비슷해서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와 아저씨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고, 아줌마는 예전부터 가끔 만났던 터라 알고 지내던 사이였는데 우리도 그 가족과 이번기회에 친하게 지내면 좋겠다 싶어 얼음낚시에 초대를 했다. 그 가족도 얼음낚시를 가본 적이 없다고 하며 기쁘게 초대를 받아주었다.


출발 전 챙길 것이 많다. 제일 먼저 아이들을 완전 무장시키고 얼음낚시용 텐트, 낚시도구들, 미끼, 의자로 쓸 양동이, 모닥불용 통나무, 얼음 뚫는 기계, 각종 간식 등을 챙겼다.

마을에서 약 30분쯤 떨어진 산속 호수로 갔는데 가는 길이 너무나 예뻐 눈이 호강했다. 여름과는 너무나 다른 풍경에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호수에 도착하자 더 멋진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꽁꽁 언 호수 위에 쌓인 눈이 눈부시게 빛났다. 바람도 불지 않고 햇빛도 적당하여 아이들이 얼음낚시 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대형 썰매에 짐들을 실어 호수 중간까지 끌고 간 후 자리를 잡고 얼음을 뚫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제발 호수가 꽝꽝 얼어있길 바라고 바랐다. 올 겨울은 예전만큼 춥지 않다. 작년 가장 추웠을 때가 영하 33도였는데 지금은 한참 미치지 못하다. 날이 춥지 않으니 안 그래도 걱정 많은 나는 얼음낚시를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수없이 고민했었다. 얼음이 제대로 얼지 않아 물에 빠지고, 그 후에 벌어질 무시무시한 상상까지 수도 없이 했던 터라 얼음을 뚫어보기 전까지 심장이 쿵쾅쿵쾅. 구멍을 뚫은 후 두껍게 얼어있는 얼음두께를 확인하고서야 안심하고 돌아다닐 수 있었다. 재보니 한 뼘이 훌쩍 넘는 두께로 단단히 얼어있어 아주 흡족했다.

두껍게 얼어있는 호수
15년 된 얼음뚫는 기계.

"부아아아앙!!!!!"

소리는 좀 시끄럽지만 얼음 뚫는 기계가 있어 얼마나 수월한지 모른다. 예전에는 손으로 돌려서 얼음을 뚫는 것도 있었는데 구멍 한 개 뚫고 나면 너무나 힘이 들어 중고로 팔아버리고 자동기계만 남겨놨다. 얼음이 이렇게 두꺼우니 수동으로는 너무나도 힘든 것. 기계를 안 쓴 지 10년 정도 된 것 같은데 사용 후 연료 잘 빼놓고, 2~3년에 한 번씩 작동시켜 주니 문제없이 작동이 잘 되었다. 기계덕에 순식간에 구멍을 6개나 뚫었다. 아이들 낚싯대를 한 구멍에 한 개씩 세팅해 주고 의자용으로 가져온 양동이를 뒤집어 앉을 수 있게 했다. 사실 얼음낚시에서 물고기 잡기가 쉽지 않으니 눈에서 실컷 놀고, 마시멜로우 구워 먹으며 마음껏 에너지를 발산하라고 간 건데 아이들이 낚시에 몰입하며 반드시 물고기를 잡겠다는 각오여서 놀랐다. 두 시간 넘게 낚싯대 앞을 지키며 중간중간 간식을 먹기 위해서만 잠깐씩 움직였다. 날씨가 좋아 오래 앉아있기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아이들이 낚시 삼매경에 빠진 사이 두 엄마는 모닥불을 피워 핫도그 만들 준비를 했다. 불을 피우고 간식 바구니를 살펴보는데 아뿔싸!!! 냉장고에 넣어놓은 소시지를 안 가져왔다!!! 빵에 소시지 넣어 먹는 것이 핫도그의 전부인데 소시지가 없으니 빵에 케첩 뿌려먹게 생겼다. 너무나 절망적인 순간이었지만 다행히 같이 온 가족이 소시지를 챙겨 오셨네. 우리는 빵을, 그쪽은 소시지를. 이것이 바로 환상의 짝꿍이구나 싶은 순간이었다. 소시지를 구워 아이들, 어른들 하나씩 핫도그를 만들었다. 두 가족이 싸 온 간식도 함께 펼쳐놓으니 부족함 없이 모두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마시멜로우도 계속 구워 먹고, 크래커 사이에 초콜릿, 마시멜로우를 넣어 구워 먹는 스모어도 만들어 먹었다.


함께 온 가족의 첫째가 제일 먼저 물고기를 낚았다. 나머지 아이들의 부러움 가득한 눈빛이 한순간에 모였다. 첫 월척에 신난 아이는 손질된 물고기를 꼬치에 꿰어 모닥불에 구워 먹겠다고 했다. 한참을 구워 노릇노릇해진 물고기구이를 맛있게 먹는 아이의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내 평생의 소원으로 간직하고 있었던 물고기 잡아 모닥불에 구워 먹기를 하다니. 부러웠지만 나이 먹은 나는 귀차니즘을 이기지 못하고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 뒤를 이어 우리 둘째도 연달아 두 마리의 물고기를 낚았다. 어깨가 한없이 올라간 둘째는 쑥스러워하면서도 은은한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둘째는 모두 놓아주었다.

나머지 아이들은 물고기를 낚지 못해 아쉬워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은 일이란 것을 알기에 마시멜로우 굽기에 집중하거나 눈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이 잘 노니 어른들도 여유 있게 모닥불 곁에서 이야기를 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호수에 온 지 3시간이 지나 마무리하고 짐을 정리했다.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워 지인가족을 집으로 초대해 피자를 시켜 함께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 후 2주일이 지났다. 그 지인의 둘째 아이 생일파티에 초대를 받았다. 장소는 동네 눈썰매장이었다. 눈썰매 타려는 사람들이 모두 모이는 동네 핫플레이스가 생일파티 장소였다. 엄청 높은 언덕에 눈이 쌓여 천연 눈썰매장이 만들어져 있는 곳인데 말로만 들어본 곳을 직접 와서 보니 생각 이상으로 멋진 곳이었다.

30분 정도 일찍 가서 파티테이블 세팅하는 것 도와드리고 아이들 썰매 타는 것을 따라다녔다. 다행히 첫째 둘째는 알아서 잘 타고 있어 막내만 챙겼는데 그것만 해도 힘이 들었다. 언덕 중간까지 썰매를 끌고 막내와 함께 올라가서 막내를 썰매 태워 내려보내고 나는 다시 걸어 내려왔다. 한 20번. 아니 내 느낌상 1000번, 10000번은 넘게 왔다갔다한 것 같다. 같이 썰매를 타고 몇 번 내려왔는데 혼자 타는 게 더 재미있다고 하니 엄마는 걸어 내려오는 수밖에. 우리 막내가 엄마 운동부족인걸 알고 운동시켜주려고 하는구나~ 신랑이 모닥불에 고구마 굽고 있길래 잠깐 가서 먹고 있으면 도와달라고 목청 높여 엄마를 부르는 막내덕에 열심히 눈밭을 달려 다녔다. 올해 운동은 이걸로 끝이다. 더 이상의 운동은 필요 없을 것 같다.

한 시간 정도 있으니 초대받은 다른 가족들도 도착을 했는데 그중 스노우모빌을 가져온 사람이 있었다. 원하는 아이들 모두를 언덕 밑에서 꼭대기까지 끌어다 주었다. 20명 정도 되는 아이들을 스노우모빌 아저씨가 쉴 새 없이 꼭대기로 실어 날랐다. 아이들은 일사불란하게 줄지어 타고 내렸다. 모두들 썰매에 진심이었다. 놀이공원 마감시간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노는 한국사람들 같았다. 생일축하노래를 부르고 케이크와 스낵을 먹기 위해 잠시 쉬었다가 다시 무한 썰매 타기.

파티의 테마는 곤충. 개미가 먹이를 가져가는것처럼 장식할 수 있는 과일꽂이가 너무 귀엽다.

도착한 지 3시간 후 우리 아이들은 처음 타본 눈썰매에 푹 빠져 집에 안 가려고 했지만 저녁에 큰아이 친구 생일파티가 또 있어 마무리해야 했다.


그 후 아이들이 좋아해 얼음낚시와 눈썰매를 한 번씩 더 다녀왔다.

얼음낚시용 텐트. 추운날에는 텐트를 펼치고 안에 들어가 히터를 켜놓고 낚시한다.

이제 아이들이 어느 정도 알아서 노니 어딜 가기가 부담이 없다. 우리 부부는 나이가 많아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의 밀착케어가 힘든데 너무 다행이다. 서로 싸우기도 하고, 도와주기도 하고, 장난도 치는데 꺄르르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리면 피곤하고 힘들지만 셋 낳길 잘했다 싶다. 앞으로도 여기저기 자주 다니면서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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