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이고 싶어요
신랑과 코스트코에 장을 보러 갔다.
오랜만에 온 코스트코라 필요한 것들 한가득 사고, 일확천금을 꿈꾸며 즉석복권도 구입했다.
코스트코에서의 복권구매는 일반 마트에서의 구입과는 조금 다르다. 코스트코 복권은 기프트카드 코너에 비치되어 있는데 복권 그림이 화려하게 인쇄된 두꺼운 도화지 같은 판(?)을 카트에 담고 계산할 때 원하는 복권의 개수를 얘기한다. 계산완료 후 푸드코트 옆에 있는 작은 창고로 가서 직원에게 영수증을 보여주면 되는데 그럼 직원이 창고에 들어가서 내가 구입한 복권을 찾아준다. 코스트코에는 즉석복권만 판매하고 있다.
고른 물건들과 복권판(?)을 계산대에 올려놓고 결제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계산하시는 분이 내 나이를 물어보신다.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 어리둥절하고 있으니 한번 더 나이를 물어보신다. 나이를 물어볼 일이 없는데 스몰토크의 일종으로 물어보신 건가 싶어 나이 물어보는 거 맞냐고 되물었다. 복권은 성인만 살 수 있어서 나이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
라랄라랄랄라~~~~~
나이 40이 넘었는데 이런 말 들으면 기분이 째지잖아요. 헤벌쭉해서 아주 당당하게 나이를 말씀해 드리니 깜짝 놀라신다.
후훗. 기분이 아주 좋구먼.
젊을 적 나는 동안이었다. 5년 전 셋째를 낳을 적만 해도 동안의 기운이 조금 남아 있었다. 35살 때는 어깨가 아파 찾아간 물리치료실에서 25살로 생각했다가 내 나이를 듣고 치료방법을 다르게 해야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어려서 동안인 사람도 나이 들면 다 똑같아지거나 노안이 된다더니 내가 딱 그렇다. 지금은 똑바로 보나, 거꾸로 보나, 눈 흘기며 보나, 지나가면서 대충 보나, 그 어느 누가 봐도 그냥 40대 아줌마다. 옷도 그냥 청바지, 티셔츠에 패딩점퍼를 입고 있었는데 어리게 봐주시니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나도 생각할 줄 아는 중년이기 때문에 그 질문을 진심으로 하신 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복권을 샀었던 많은 날 동안 백인 직원조차 내 나이를 묻는 이는 없었다. 이번에 나이를 물어보신 직원은 동남아시아 쪽 분이셨는데 같은 아시안인으로서 내 나이를 진정 몰라서 물어보신 것은 아닐 것이다. 직원으로서의 의무와 약간의 서비스가 섞인 질문이었던 것 같다. 아무튼 나의 기분은 매우 좋았다. 이런 질문은 앞으로 남은 나의 인생 중 다시는 없을 마지막 질문이었지 싶다. 집에 와서 긁어본 복권은 모두 꽝이었지만 기분이 좋았으니 그것이면 되었다.
[사진 출처 -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