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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박스 Oct 09. 2023

시계가 고장날 지라도(장편 소설)

11 : 휘림의 시야

 책을 고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이 세상에 겉표지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책은 없잖은가.

경험했던 사건이나 대상을 기억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나의 목적이나 취향을 알기 위해서는 그 간의 경험들을 추려내야만 했다.

내가 살아오면서 어떤 일을 겪었더라. 그중에 인상 깊은 일은 어떤 게 있더라.

일단은 아동용 서적 코너로 발걸음을 옮겼다. 책 표지들이 유난히 화려해서 시선을 끌었다. 아동용 도서들은 성인용 책들에 비하여 대체로 제목에 그 책의 주제가 상당히 직관적으로 드러나 있어서 선택하기가 편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 아이 코딩으로 한글 배우기.

어린이를 위한 문해력 수업.

초등학생을 위한 하루 한 장 비문학 독해.


 다들 나와 같이 살아가고 있구나. 앞으로도 살아가야 할 날이 아찔하리만치 많을 터인데. 읽어내는 것도 써 나리는 것도 누구에게나 참 힘겨운 것이었다.


시선을 이리저리 옮기다가 되려 상당히 단출한 표지의 책이 눈에 띄었다. 그 책은 제목만으로 내용을 짐작하기도 어려웠다. 그런데 오히려 그래서 궁금해졌다.


「 날개, 이상 저 」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그 책을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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