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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인재 Jul 17. 2021

모욕죄...꼭 형사처벌을 해야하는지?

 경찰서에서 가장 많이 처리하는 사건 중 하나가 모욕죄와 관련된 사건이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상대방에게 "개새끼야", "씨발" 등의 욕을 하면 모욕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즉, 남에게 욕을 했다는 이유로 전과자가 될 수 있다. 욕을 한 사람을 고소하는 고소인들은 많은 경우, 피의자의 육성이 녹음된 파일을 수사관에게 제출하기 때문에 모욕 관련 사건은 상대적으로 쉽게 일을 끝낼 수가 있다. 


 모욕죄로 경찰서를 찾아오는 고소인들은 재산 및 신체의 피해를 호소하는 고소인들과는 달리 감정이 상했기 때문에 피의자의 처벌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운전하다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욕을 들으면 매우 분하고 그 날 밤 잠을 설치는 일도 있었기 때문에 모욕죄로 고소장을 작성하는 고소인들의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감정을 상하게 했다는 이유로 욕 한 사람을 처벌해야 하는지는 한번 쯤 생각해 봐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욕 한 사람을 전과자로 만드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감정이 상한 문제까지 국가가 나서서 보호해줘야 하는 가치가 있는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아르바이트로 고용한 3명의 학생이 뒤에서 사장인 자신을 "뚱땡이", "돼지 새끼" 같은 모욕적인 단어로 지칭했음을 알게 되자 사장님은 변호사까지 선임해서 이들을 고소하였다. 처음에 고소장을 읽고 난 생각은 사장님 뒷담화 한 것까지도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면 이 세상에 수많은 피고용인들이 어떻게 직장생활을 하지라는 것이었다. 뒷담화를 하면서 "과장님께서는", "우리 부장님은" 이라는 존칭을 써가면서 뒷담화를 할 수는 없을 것 같으니 말이다. 


 모욕죄는 고소인이 고소를 취하하면 사건을 더이상 진행할 수 없으므로 나는 고소인에게 일단 피의자들이 사과를 한다면 그 사과를 받을 의사가 있는지를 확인했다. 꽤 오랜 시간을 고민한 고소인은 사과를 받기 어렵다고 했다. 너무 심한 배신감을 느낀 것 같았다. 피의자들 고소인을 상대로 욕을 한 적은 절대 없지만 고소인에게 고마운 측면도 있어 고소인이 원하면 사과를 하겠다고 하였으나 나중에는 사과할 마음이 없다고 하였다. 정황적으로 피의자들이 고소인을 상대로 뒷담화를 했던 것으로 보여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수밖에 없었지만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웬만한 모욕사건은 고소인과 피의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려고 노력한다. 감정이 상한 고소인에게 감정을 분풀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동시에 고소인을 상대로 욕을 한 이유가 있는 피의자의 넋두리도 들어주려고 한다. 그리고나면 피의자가 사과를 할 마음도 생기게 되고, 피의자의 사과를 받은 고소인은 이렇게까지 할 일은 아니었다며 악수하고 헤어지는 경우도 꽤 있었다. 경찰이 나서서 당사자들의 화해를 주선하는 것에 대해서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화해를 통한 사건해결도 수사기관이 해야하는 중요한 일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서 기회가 보이면 나서는 편이다. 하지만 위 사건은 그렇게하지 못했다. 


 욕을 한 사람을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 있을 지언정 욕을 했다는 이유 하나로 형사처벌을 할 필요가 있을까?, 한번 참고 며칠이 지나면 머릿속에서 지워질 가능성이 높은데도 형사처벌을 해야하는가?, 정말 잊을 수 없는 치욕적인 욕을 들었다면 정신적 피해에 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 아닌가?. 모욕죄에 대해서는 간통죄와 마찬가지로 당사자들끼리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국가가 개입해서 해결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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