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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인재 Jul 25. 2021

경찰서에 찾아온 목사님

 나는 신앙이 없다. 신앙을 갖기를 간절히 원하지만 하나님에게 끌리지를 않는다. 하나님이 계시다면, 하나님이 우리를 살펴주고 계시다면, 코로나 바이러스도 없어야 할 것 같고, 쪽방촌에서 혼자 더위에 지쳐 죽는 노인도 없어야 할 것 같고, 집 값도 내가 감당할 수 잇는 수준만큼만 올라야 할 것 같고. 하지만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하나님이 정말 인류를 위해서 존재하고 계신걸까? 


 목사님이 신도들을 예배방해죄로 고소하고 싶다고 하며 경찰서를 찾아왔다. 입사하고 얼마지나지 않은 나는 예배방해도 형사적으로 처벌가능한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찾아보니 형법 제158조(예배 또는 설교를 방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가 있었다. 시험에 전혀 출제되지 않는 조문이기에 이런 조문이 있는지조차 몰랐다.  


 목사님은 예배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할머니 4명이 주방용품을 들고 시끄러운 소리를 내서 예배를 진행할 수가 없었다며 고소장을 제출하였다. 나는 할머니 4명을 경찰서로 불렀고, 경찰의 전화가 무서웠던 할머니들은 권사님 한분과 같이 경찰서에 왔다. 그 중에 한 할머니는 잘 좀 부탁한다면서 봉투를 주려고 했다. 당연히 봉투를 받지는 않았지만 신선한 경험이었다. 아직도 이런 분들이 있구나 하면서...


 할머니들은 목사님이 몇달 전에 물러난다고 했는데도 그 약속을 어기고 물러나지 않자 교회 주방에 있는 주방용품을 갖고 와서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고 했다. 이미 목사님이 이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제출했기 때문에 할머니들이 예배방해 혐의를 벗을 방법은 없었다. 그냥 할머니들을 예배방해죄로 송치하면 되었을텐데, 나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라면 갈등해결능력이 더 뛰어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할머니들과 같이 온 권사님에게 목사님과 잘 대화를 해서 목사님이 고소취하장을 접수할 수 있게끔 노력해달라고 하였다. 


 한 달 정도 기다렸을까? 목사님이 전화를 해서 다른 경찰서에서는 이미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고 하는데 왜 나만 아직도 사건을 종결하지 못하고 있냐고 따졌다. 알고보니 목사님은 신도들의 거주지를 따져서 여러 사건을 접수했던 것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더 기다릴 수 없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수밖에 없었다. 법위반이 명백했기 때문에 검사도 기소유예를 하지 않고 약식명령을 청구해서 할머니들에게 벌금을 구형했다. 


 사건을 이렇게 종결되자 할머니들과 같이 온 권사님이 그래도 기다려줘서, 이야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맙다며 경찰서에 나를 찾아왔다. 권사님은 집에서 담근 귀한 꿀이라며 큰 병을 갖고 오셨던 것 같다(꿀 아닌가?). 역시 이 병은 권사님 드시라며 돌려드렸는데, 권사님이 준 봉투 하나를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다. 그 봉투 안에는 편지가 한 통 있었는데, 그 편지에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다 이런 사람들은 아니며, 이 일 때문에 하나님에 대한, 교회에 대한 안 좋은 생각을 갖지 말아달라는 말씀이 적혀 있었다.  


 나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세속의 욕심을 덜 부리고, 세상을 더 선하게 만드는데 서로 화합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보면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경찰서에 있으면서 하나님한테 끌려서 하나님을 믿게 될 수 있는 그날이 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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