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부 검사들이 아닌 형사부 검사들이 책을 내면 읽어보려고 한다. 경찰과 형사부 검사들의 일은 연장선 상에 있기 때문에 그들이 어떻게 일하는지를 조금이라도 알아야 내 업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에 그들의 책을 읽어보려고 하고 있고, 이번에 읽은 책이 [여자 사람 검사]였다. 제목만 보면 검사이자 엄마로서 일하는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은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큰 틀에서는 이 예상이 벗어나지는 않은 것 같다.
경찰 수사관을 막대하는 민원인들이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이 사람들은 검사 앞에서도 막무가내로 나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기소를 결정하는 검사의 영향력이 경찰의 그것보다 강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검사 앞에서도 욕하고, 배째라라고 나오는 것 같다. 물론 검사의 지위도 예전보다는 낮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검사에게 대놓고 욕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경찰 수사관이나 검사나 불만이 가득한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니 열심히 일처리를 한다고 해도 욕을 먹는 경우가 있다. 노련한 선배들은 민원인들의 불만을 최소화하면서도 사건을 해결해가는데 아직 나는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일을 하면서 종종 드는 생각 중의 하나는 이런 일을 하려고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나라는 생각이다. 파란색 박스를 들고 대기업을 압수수색하면서 이 사회의 거악을 척결하는 모습에 동경을 품고 입사했지만 현실은 자잘한 사기 사건, 경범죄처벌법 사건, 모욕 사건을 처리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형사부 검사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중고나라 사기 사건을 처리하면서 결과에 비해 과정이 고단한 사건들에 치이고, 간단한 사건이기에 서로 합의만 하면 사건을 끝낼 수 있을것 같음에도 감정의 골에 깊게 빠진 민원인들 간에 화해가능성이 없어 공판까지 가야만 하는...개인적으로 이런 종류의 사건들을 처리하기가 심적으로 더 힘든 것 같다. 처음부터 어려워보이는 횡령 배임 사건들보다 말이다. 책에서는 이러려고 검사가 되었나라고 표현하는 부분은 없어서 반성을 했다. 검사가 되기 위해서는 더 고단하고 지단한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 어려운 과정을 거쳐 검사가 된 그들도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하는데 나는 과연 그러고 있었는지 반성을 조금 했다.
그리고 지금 내 앞에 닥친 그 어떤 짐보다도 큰 육아 문제. 책을 쓴 검사들은 2년 마다 지방에 내려가서 근무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2명 이상의 애를 낳아 키우고 있었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다보면 아이들이랑 있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내가 부족한 엄마는 아닌지를 항상 고민한다고 했다. 나도 육아휴직이 끝나면 아이를 어떻게 키울 수 있을지 막연하기만 하다. 분명히 지금보다는 아이랑 같이 있는 시간이 많지는 않을 것이고, 아이를 키우면서 일도 잘해야 하고, 승진시험 공부도 해야하니 어떻게 이 3가지를 동시에 잘 할 수 있는지 고민이 많다. 애가 커가면서 재롱을 떠는 모습을 보면 정말 행복하고 둘째를 가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자신이 없다.
검사랑 직간접적으로 마주칠 일이 없는 감사관과는 달리 경찰 수사관은 검사와 의사소통을 할 일이 많다. 나는 내가 만든 기록에 대해서 검사가 왈가왈부 하는 것이 자존심이 상했다. 그들이 나보다 공부를 많이 잘했다고 해서 내 상사도 아닌데 지휘를 받는게 기분이 나빴기 때문이다. 나도 그들이 공부한 법을 그대로 공부했고, 그들이 통과한 시험을 통과했는데 말이다. 그래서 나는 검사랑은 다 서류로만 이야기를 했다. 전화 한통화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있을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경찰은 기록을 만들고, 검사는 그 기록을 검토하고 기소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경찰이 없으면 검사가 기록을 검토하기가 힘들고, 검사가 없으면 경찰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복직을 하게 되면 자존심을 덜 내세우고 검사랑 의사소통을 더 적극적으로 하면서 일을 해야겠다. 이와 잇몸 같은 관계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