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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인재 Aug 21. 2021

세금 도둑

국가 돈 먹기는 참 쉽다

 조세 사건은 한편으로는 어렵지만 한편으로는 쉽다. 어려운 이유는 어려운 세법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고, 쉬운 이유는 조세사건의 경우 고발전치주의, 즉 국세청의 고발이 필수 요소이므로 경찰이 사건을 넘겨받게 될 때에는 이미 국세청의 자체조사가 상당히 진행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사건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가 있다. 


 처음에 조세사건을 받았을 때는 세법을 단 한 글자도 읽어본 적이 없어 겁부터 먹었다. 내가 받은 사건은 세금계산서를 위조해서 발행 또는 발급 받은 사건으로 조세범처벌법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위반한 사건이었다. 세금계산서를 교부하거나 세금계산서를 교부받을 때는 무조건 실물거래가 있어야 한다. 즉, 물건을 팔아야 세금계산서를 교부할 수 있고, 물건을 받아야 세금계산서를 교부받을 수 있는 것이다. 판매자 및 구매자는 이 세금계산서를 토대로 각종 세금 공제 등을 받게된다. 그렇기 때문에 세금 공제를 받기 위한 허위의 가공거래가 발생할 유인이 생기게 되고, 조세범처벌법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은 이를 방지하기 위한 규제라고 볼 수 있다. 


 피의자 1은 피의자 2로부터 약 1억 원을 받아야 하는데, 피의자 2는 이 돈을 피의자 1에게 주지 않으면서 그 대신 자신이 운영하는 A 회사가 지분을 100% 갖고 있는 B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면 월급 등을 챙겨주겠다고 하여, 피의자 1은 B 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였다. 국세청은 A 회사와 B 회사 간, A 회사와 이미 거래하고 있던 회사들과 B회사 간에 실물거래가 없음에도 허위로 세금계산서를 발급 및 교부 받아 세금 공제를 받기로 피의자 1과 피의자 2가 사전에 공모를 했다는 이유로 이 둘을 고발한 것이었다.  


 피의자 1은 피의자 2와 공모를 한 적이 없고, B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그 어떠한 역할도 한 적이 없고, B 회사에 출근도 한 적 없고, USB도 어떻게 사용할지 모르는데 세금계산서를 어떻게 발급하고 교부받을 수 있냐고 반문하였다. 피의자 2는 B 회사가 본인이 운영하는 A 회사의 자회사 임에도 B 회사의 이름조차 모른다고 하면서 피의자 1과 공모를 한 적이 없다고 하였다. 피의자 2는 아버지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아 경영하고 있었는데, A 회사가 거의 파산상태에 이르렀음에도 수사 초기단계부터 변호인을 선임하여 수사에 대응을 하고 있었고, 수사가 진행되는 내내 웃는 얼굴로 갓 태어난 내 아들의 안부도 묻는 등 나와 친분을 쌓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정말 많은 참고인들을 불렀다. 경영 컨설팅을 해주었던 사람, A 회사와 관계되어 있는 회사의 직원들을 불렀다. 이들은 하나같이 피의자 1, 피의자 2와 다른 말을 했다. 피의자 1은 B 회사에 주기적으로 출근해서 정부사업을 낙찰받기 위해 수없이 프리젠테이션 연습을 했기 때문에 B 회사와 전혀 관계가 없을 수 없다는게 참고인들의 공통된 진술이었다. 피의자 2 또한 참고인들에게 실물거래 여부를 확인할 필요없이 B 회사와 세금계산서를 주고 받아도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는 것이 참고인들의 공통된 진술이었다. 이러한 진술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B 회사가 A 회사의 100% 자회사 임에도 자회사 이름조차 모른다고 진술하는 것 자체가 거짓말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들은 이러한 거짓거래를 통해 2년 여에 걸쳐 약 2억 원의 세금 공제 혜택을 받았다. 수사를 지휘했던 팀장님은 세금도둑들은 진짜 나쁜 놈들이라며 구속영장 신청을 고민했지만 결국에 구속영장은 신청하지 않고 기소 의견을 달아 검사에게 사건을 보냈고, 검사는 수사 결론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기록을 송치하라고 하였다. 훗날 알아보니 검사는 이 사건을 서울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송하였다. 원래 이 사건은 피의자 2의 요청으로 한 차례 이송이 되었고, 내가 받아서 진행한 사건이었는데 또다시 이송된 것을 보고 피의자들이 관할을 갖고 장난을 치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다. 


 수사를 하면서 알게된 사실은 요즘은 전자로 세금계산서를 교부하고 발급받아 투명성이 높아져 세금계산서로 장난을 치는게 어려울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다. 그냥 허위로 발급하면 끝이다. 세금계산서가 발급된 수많은 거래에 대해 국세청이 일일이 실물거래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노리고 세금 갖고 장난치는 자들이 아직도 많은 것 같다. 취득세, 양도소득세 등을 그렇게 많이 걷어갔음에도 세수가 부족하다고 하는 현실에서 세금 탈루범들을 잡아내고 이들에게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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