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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인재 Aug 21. 2021

길고양이를 죽인 사람들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

 화난 할머니 두 분과 할아버지 한 분이 누군가가 길고양이들에게 빙초산이 든 먹이를 주었고, 먹이를 먹은 길고양이들이 한동안 다시 먹이를 먹으로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길고양이들이 죽은 것이 틀림없다며, 그 누군가를 찾아달라며 경찰서를 찾아오셨다. 사람들 간의 발생한 분쟁을 해결하느라 골머리를 썩고 있는 나에게 길고양이를 죽인 것 같은 사람을 찾아달라고 해서 이런 사건에 꼭 시간을 써야하는지 잠시 고민을 했지만 어쨌든 법위반은 명백하기 때문에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동물보호단체의 일원으로 후원을 받아 길고양이 먹이를 사는 등 서핑장 주변에 사는 길고양이를 돌봐주고 있다고 하셨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서핑장 업주들이 길고양이들 때문에 장사에 방해가 된다며 민원을 제기하기도 하고, 내쫓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서핑장 업주들이 길고양이 밥 그릇에 빙초산을 넣어 길고양이를 죽인것으로 짐작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경찰서장 명의로 길고양이들에게 빙초산을 주는 행위는 동물보호법에 위반된다는 내용을 담은 플랜카드를 걸어달라고 하시면서 그렇게해서 그들이 경각심을 갖게 된다면 굳이 서핑장 업주들을 처벌할 필요는 없다고도 하셨다. 


 서핑장 관리자를 통해서 서핑장 업주와 통화할 수 있었는데, 실제로 길고양이들이 수시로 서핑장의 물품을 훼손하고 길고양이들 때문에 서핑하러 오는 고객들이 피해를 호소하기도 해서 길고양이들을 내쫓고 있다고는 했지만 빙초산을 고양이 밥 그릇에 몰래 넣은 적은 없다고 했다. 빙초산을 고양이 밥 그릇에 넣었는지 안 넣었는지는 CCTV를 통해서 충분히 확인해 볼 수 있는 문제지만 서핑장 관리자는 서핑장 근처에 CCTV는 설치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  


 정황상 서핑장 업주들이 길고양이를 죽인 것으로 강하게 추정은 되지만 이 사실만 갖고 이들을 입건해서 처리할 수는 없다. 길고양이들이 교통사고로 죽었을 수도 있고, 영역 다툼에서 패해 다른 곳으로 이동을 했을 수도 있고, 빙초산이 길고양이들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사건을 입건하지 않고 종결했다. 이런 사건같은 경우, 고발인들이 원하는대로 결론을 내지 않으면 심한 민원에 시달리게 된다. 나는 나름대로 논리적인 결론을 도출했다고 생각하지만 민원인들은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고발장을 접수하러 오셨던 할아버지께서 이해해주셔서 큰 민원 없이 사건을 종결할 수 있었다. 


 동물과 관계된 사건이 경찰서에 종종 접수되는 편이다. 동물 사건은 쉽고 간단할 것 같지만 이외로 민원인들간의 갈등 수준이 높아서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 쪽은 동물을 반려자라고 생각하는 반면 다른 한 쪽은 동물을 사람 아닌 물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는 갈등이다. 이 간극은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동물 관련 사건이 경찰서에 지속적으로 접수될 것이다. 나는 사람 사건을 처리하기에도 바쁘고 힘들지만 동물보호법이 존재하니까 법대로만 판단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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