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조직에서 파견나온 사람들과 일하고 있다. 경찰하고만 일했었는데, 해경, 검찰수사관, 검사, 교정직 직원 등과 섞여 일하는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다. 법무부로 파견나와 일한다고 하니 부러워하는 동료들도 있었다. 나는 언제 법무부에서 근무해보냐면서 말이다. 다시 경찰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때마다 그 누군가는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되새기며 자리에서 버티고 있다.
지금 우리 팀은 중간 다리 역할을 수행하며 각 기관 담당자와 연락하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친정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경찰 조직이 제일 협조가 잘 된다. 경찰은 외부의 시선에 매우 예민한 조직이다. 외부에서 좋은 평가를 얻고 싶어하고, 혹여나 경찰 때문에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까봐 걱정한다. 데드라인을 제시하며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하면 가장 적극적으로 협조해주는 기관이 경찰이다. 경찰조직의 구성원으로서 뿌듯하기도 하지만 그네들은 시키면 다해~~라는 너무 만만한 느낌을 주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가장 협조가 안되는 기관이 검찰과 법원이다. 왜그런지 모르겠는데, 검사와 일반행정직, 판사와 일반행정직으로 나뉘어져서 그 두 그룹간에 소통이 안되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하면 늦게 내고, 내부에서 정리해서 알려줘야 할 일을 우리 팀에서 정리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한 두명의 경험을 토대로 일반화해서 말하는게 조심스럽지만 그 두 그룹은 서로 다른 곳에서 살고 있고, 경계를 넘어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하나의 검찰, 하나의 법원이 아니라 검찰안에 검사와 그 외 사람들, 법원안에 판사와 그 외사람들로 나뉘어져 있고, 그런 현실에 불만을 갖고 있는 사람은 없는 느낌.
나도 그들과 같은 시험을 거쳤지만 다른 조직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어려운 시험을 통과했으니 다른 평가를 받고 싶을수도 있지"라는 생각이 쉽게 들지 않는다. 그냥 다른 진로를 택해, 시험을 잘 봐서 통과했을 뿐 그 이상 이하도 아니지. 5급 공채를 통과하면 5급을 달아주는데, 변시를 통과해서 판검사가 되었다고 3급을 달아주고, 10여년이 지나면 2급을 달고, 또 몇 년이 지나면 차관급이 되는 조직들. 왜 이렇게 설계되었을까? 이해하기 힘들다.
특별히 다른 조직에 비해서 숭고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닌 두 집단에 대해서 힘을 빼는 식으로 개혁은 필요해보인다. 신라시대도 아니고 조직 내에서도 엄연한 벽을 만들고 소통도 안되고, 그 불통이 외부에도 이어지고 있는데 정작 그들은 본인들이 신라시대에 살고 있음을 모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