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직 인사(경찰, 감사원)

정상우 감사원 사무총장,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홍석기 심의관

by 황인재

공무원 생활 10년차가 넘어서다 보니, 고위직 인사가 나면 슬슬 직접 모셨던 상사분의 이름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경찰생활을 더 오래 계속한다면 더 늘어나겠지? 계엄, 정치, 민주당, 국힘 이런 정치적인 요소들 빼고 내가 직접 경험한 그들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하고자 한다.


정상우 사무총장님은 감사원에 입사했을 때 처음 뵀던 국장님이셔다. 그때는 IT 감사단장이셨는데. 이 분은 정말 젠틀하셨다. 와이프가 취직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와이프 취직을 위해서 본인 친구가 운영하고 있는 로펌에 전화도 해주셨다. 그 회사에 여력이 없어서 채용까지 되지 않았지만 부하직원의 와이프를 위해서 전화해주시는거 보고 감동받았다. 감사원을 떠나시게 되었을 때, 부하직원이었던 사람으로서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고, 그래서 1년에 한두번 정도 카톡을 드렸었는데, 친정으로 돌아가시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건승하시길 바란다는 카톡을 드렸는데, 진짜로 행복하게 마지막(?) 공직생활을 하시길 바란다.


박현수 서울청장 직무대행님은 광진경찰서장으로서 모셨었다. 이분도 젠틀맨이시다. 경찰 수사현실은 생각보다 열악하다. 검찰청은 한적한 절간 느낌이라면 경찰서는 시장통 느낌이다. 검찰청은 보안 수준도 상당하지만 경찰서는 정말 쉽게 들어갈 수 있다. 검사와는 수사관을 거쳐야 통화할 수 있지만 경찰수사관은 그냥 다이렉트로 통화할 수 있다. 검찰청은 기록에 구멍을 뚫고 묵어주는 실무관님들이 계시지만 경찰수사관은 본인이 다 해야한다.

경찰서에서 그 두꺼운 기록을 묵기 위해 송곳으로 구멍을 열심히 뚤었다. 그러다보면 깔끔하게 구멍이 뚫리지 않는다. 그에반해 검찰에서 오는 기록은 너무 깔끔하게 구멍이 나 있었다. 우리는 송곳으로 뚫었지만 검찰은 천공기로 뚫었기 때문이다. 이 천공기 문제를 해결해주신 분이 박현수 서장님이셨다. 경제팀의 고충을 들으시고 그 다음날 천공기를 사주셨다. 감사했다.


홍석기 심의관님은 승진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모셨던 상사다. 이 분은 부하직원에게 절대 반말을 하지 않으신다. 시험보기 전에 시험보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따뜻한 문자와 커피쿠폰을 날려주신 분이다. 승진하고 전출하게 되었을 때, 내가 90도로 인사하니 허리 숙여 인사해주셨다. 이 분도 훌륭한 분이시다.


이런 분들이 승진하시는거 보면 과연 내가 높이 올라갈 자격이 되는지, 그럴 능력과 성품을 갖췄는지 반성하게 된다. 내가 모셨던 분들이 더 높은 자리에서 본인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공직사회를 조금 더 긍정적으로 변화시켜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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